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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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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축구에서 우리 반은 세 번 경기를 했는데 1승 2패였다. 첫 경기 때 반장을 비롯한 모든 아이가 선생님이 나와서 열심히 응원을 해줘야 이길 수 있다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아이들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어설픈 헛발질과 상대를 악착같이 막는 투지, 2~3명을 제치고 슛을 성공하는 풍성한 볼거리를 보여주며 운 좋게 1승을 했다.
그러나 한 달 뒤에 있었던 두 번째 경기에서는 1대 4로 대패했다. 많은 수비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기가 좋은 상대 공격수를 효율적으로 막지 못하고 먹지 않아도 되는 골을 너무 많이 먹은 것이다. 그날은 바쁜 일로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는데 투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기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투지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말에 자극을 받았던 건지 다음 경기 직후 팔과 다리에 찰과상을 입은 아이들이 여러 명이었다. 반장이 전하는 말에 따르면 담임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고 한다.
그 상처를 바라보며 공부만 잘하도록 강조하기보다 어떤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깨닫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인정 욕구가 강한 아이들에게는 가끔 강한 자극을 줘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이 일로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가 공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얼마 전 대입 설명회에 참석했더니 거기서는 올해 수능에서는 월드컵 때문에 남학생의 성적이 조금 떨어질 것이란다. 과연 이 예상이 맞아떨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긴 하지만 신체적 욕구를 발산하는 일이 학습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일이니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일도 아닌 것 같다. 스포츠의 긍정적 기능을 잘 활용한 사례가 많은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울타리 축구다.
교내에서 일년 내내 벌어지는 울타리 축구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매일 점심시간에 반별 대항전으로 치러지는데 반의 단합이나 사기를 좌우한다는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울타리 축구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공부에 찌드는 답답한 학교생활에서 아이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운동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다른 학교의 사례를 본받아서 진행하고 있다.
헌데 과연 학교폭력 예방의 효과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만이라도 생기를 찾고 열심히 하는 모습에 가끔씩 감동마저 느끼곤 한다. 무엇이든 함께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일체감이나 즐거움 또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