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애와 지체중증 장애를 갖고 있는 박아무개(38, 평산동) 씨는 장애인을 위한 ‘콜택시’를 부르기 위해 오늘도 전화기와 씨름 중이다. 웅상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노포동으로 나가려는데 벌써 3시간째다.
사전예약도 할 수 있지만, 하루종일 통화량이 폭주해 예약은 하늘에 별따기다. 급한 마음에 전화를 계속 걸어보지만 돌아오는 건 전화상담사의 한 마디 뿐이다.
“기다리세요”
양산시는 현재 휠체어리프트 택시를 23대 운영하고 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에는 1ㆍ2급 장애인 200명당 1대 이상 택시를 운행하게 돼 있다. 2천900여명의 1ㆍ2급 장애인이 있는 양산지역은 법적으로 15대를 운행하면 되는데, 8대나 더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양산지역 장애인들은 너무 긴 대기시간으로 이용에 불편이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왜 그럴까?
23대 휠체어리프트 택시 ‘따로따로’
위탁업체, 전화번호, 이용방법 제각각
양산시가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택시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휠체어택시’와 ‘교통약자 콜택시’다. 관련 법규와 위탁업체가 모두 다르다. 심지어 이용방법과 요금도 달라 이용자 혼란을 낳고 있다.
지체장애인협회에 운영을 위탁한 휠체어택시는 3대다. 2001년 <양산시 휠체어택시 운영조례>를 제정하고 2004년부터 운영해 왔다. 장애인협회에 100% 사전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고, 조례 감면 내용에 따라 대부분 요금을 받지 않는다.
교통약자 콜택시는 조금 포괄적인 개념이다.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 임산부 등 전체 교통약자를 위한 것으로, 2009년부터 택시업체가 위탁을 받아 운행을 시작했다. 모두 20대로 거리와 지역에 따라 요금이 징수된다. 1566-4488로 경남도통합콜센터에 목적지와 운행시간 등을 알린 뒤 신청해야 한다.
때문에 이원화된 택시 운영으로 인해 23대의 택시가 있지만 그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또 양산시 사회복지과와 교통행정과에서 각각 조례근거와 지원이 진행, 행정의 일관성에도 위배돼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ㆍ울산 장애인, 양산택시 많이 불러
웅상지역 장애인이 대기시간 연장 피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다른 지역 시민들의 이용률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양산부산대병원을 찾는 부산ㆍ울산 이용자들이 양산지역 택시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교통약자 콜택시 위탁업체 ㈜대성교통은 “부산ㆍ울산 장애인택시는 법정대수에도 못 미치고 경남지역까지 운행되지 않기 때문에 양산지역 택시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많다”며 “심지어 울산 장애인택시는 다른 지역 경계까지만 운행되기 때문에, 울산에서 통도사까지 울산 택시를 타고 왔다가 통도사에서 다시 양산 택시를 불러 거제도나 남해까지 이용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실제 양산지역 장애인의 이용불편이 발생하고 있는 것.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웅상지역 장애인이 받고 있다. 전체 이용의 30%를 차지하는 웅상지역 역시 택시 대기장소를 마련해 대기시간을 단축해야 하지만, 서부양산 수요도 미처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보니 웅상지역까지 대기 택시를 할당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대해 푸른양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실제 서부양산과 웅상의 대기시간이 두 배 이상 차이난다. 콜택시 상담사는 웅상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부산에 택시 있으면 보내드릴께요’라고 말한다”며 “웅상종합사회복지관 등 웅상지역 장애인이 자주 찾는 곳에 택시 대기장소를 두고 장애인수와 이용률에 따라 3~5대 가량 할당해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