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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송 스님 시인 통도사 극락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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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본체인 바다는 대소와 미추(美醜)의 구분 없이 다 받아들여 한 맛으로 품는다. 그 큰 바다도 한 방울의 물에서 비롯됐으니 대해일적(大海一滴, 큰 바다 한 방울의 물)이다. 그러니 한 방울의 물에도 시방세계(十方世界, 사방과 사유)의 우주가 깃들어 중중무진(重重無盡, 어떤 세계든지 그 속의 세계는 무진장 많고 깊다)의 도량이다.
물은 흐름을 만들고 흐름은 바다에 든다. 들고 나는 것이 어찌 물 뿐이겠는가. 저간의 생은 물의 향기로, 흙의 향기로, 불의 향기로, 바람의 향기로, 저 불생불멸하는 하늘 향기로 저마다 거듭거듭 비워가는 것을 본질로 한다. 그것은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시간의 운명인 셈이니 두려워할 것도 조바심낼 까닭도 없다.
물은 시간이며, 고운 새의 둥지이며, 뭇 중생의 삶이며 소망이다. 물을 떠나 자유로운 혼이 깃들 수 없으니 물을 이해한 사람은 도(道)를 알고, 도를 아는 사람은 물을 이해한다. 그는 땅과 하늘, 모두에게 축복받는 자이다. 바로 물은 진실과 정의로운 힘으로부터 나옴을 알 수 있다.
산정약수(山精藥水)
이 약수는 영축산의 산정기로 된 약수다. 나쁜 마음을 버리고 청정한 마음으로 먹어야 모든 병이 낫는다.
물에서 배울 일
사람과 만물을 살려주는 것은 물이다.
갈 길을 찾아 쉬지 않고 나아가는 것은 물이다.
어려운 굽이를 만날수록 더욱 힘을 내는 것은 물이다.
맑고 깨끗해 모든 더러움을 씻어주는 것은 물이다.
넓고 깊은 바다를 이뤄 많은 고기와 식물을 살리고 되돌아 이슬비
…….
사람도 이 물과 같이 우주 만물에 이익을 줘야 한다.
靈鷲山深雲影冷 洛東江闊水光淸 哂
(영축산심운영냉 낙동강활수광청 신)
영축산이 깊으니 구름 그림자 차고
낙동강 물이 넓으니 물빛이 푸르도다. 미소할뿐.
생각을 수고롭지 않게 고요히 평정을 유지함으로 청정이 생긴다. ‘평온에 기인한 마음 청정’, 곧 불같은 마음 다스려 감로의 약수로 만듦이 삶이고 수행이다. 그러니 수행과 삶이 둘이 아닌 것이니 생각과 생각을 물처럼 유연히 바꿔 윤택하게 할 일이다. 선사는 1963년 산정약수의 표지석을 세우고 감로(甘露)의 혜택으로 우리가 살고 있음을 주지시키고 있다. 새벽마다 옥수(玉水)를 길어 부처님께 올리고 지극정성으로 바라는 바는 마음 청정(心淸淨)이다. ‘한 마음이 청정하면 온 국토가 청정하다’했으니 제일 요긴한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들, 바람, 꽃들이 각자 노래한다. 노래는 하나다. 꽃은 바람의 노래를, 바람은 꽃의 노래를, 들은 모두의 노래를 지휘한다. 밤의 얼룩진 한숨도 들녘에서는 잠잠히 솟는 노래로 흘러 대지의 귀를 살찌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들의 맨살에서 희망이 움튼다. 들은 함박웃음으로 화답한다. 소리 없는 길고 긴 연주에 땅의 혼이 깊게 배어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풀꽃 하나에도 햇살과 바람의 정성이 깃들어 하늘과 땅이 한마음으로 움직이며 거룩함으로 피어오른다. 바람의 수레바퀴가 구른다. 뱀들의 화사한 춤 속에 꿈틀대는 바람, 그 천연의 숨결이 어둠을 휩쓸고 지날 때 영원한 깨달음을 안고 광야의 노래 울려 퍼진다. 그 운율에 사로잡혀 오곡이 무르익는다. 우주의 참된 소리에 맞춰 올챙이가 춤춘다. 그때 달은 예쁜 궁둥이를 흔들며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