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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먼저 와서 텐트를 뚝딱 치고 저녁 6시쯤에 친구네가 왔다. 친구네는 지난해부터 캠핑을 시작해서 짐이 한가득이다. 캠핑하는 곳 가까이 차를 주차할 수가 없어서 짐 나르는 데 고생했다. 친구가 오니 즐거운 아들.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있을 때가 즐거운가 보다. 줄 하나에도 꺄르르 웃으며 놀고. 그리고 이어지는 먹방타임!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함께여서 즐거웠던 저녁 시간이다.
아이들 때문에 열시쯤 우리 텐트로 돌아와서 아들을 재웠다. 잠투정을 많이 해서 꼭 안고 토닥토닥. 지난번에는 추워서 단단히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춥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양치질은 꼭 하는 엄마와 아들. 치과 다녀온 지 얼마 안 돼서 더 예민하게 칫솔질하기. 화장실이 멀어서 정말 힘들었다.
다음 날 아침, 제일 늦게 아들이 일어났다. 그래도 아침 7시. 두 녀석이 실컷 놀다가 아들이 가지고 놀던 나무막대에 눈이 찔리는 사고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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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도 텐트와 나무 사이에 연결된 줄에 많이 넘어지더니 아침에 보니 코 옆에도 큰 상처가 있다. 왜 이렇게 다치는지, 속상하게. 그래도 괜찮은지 또 잔디에서 뒹굴고 기어 다니고 사자 흉내를 낸다. 웃어주니 안심이다. 깃털도 주워서 아들에게 선물. 요즘 ‘뭐야?’라는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엄마의 고민이 시작됐지만 나름 깃털에 관해 이야기도 해줬다.
점심까지 먹고 정리하고 돌아왔다. 짐을 줄이기보다 정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름 질서 있게 정리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꾀죄죄한 모습이지만 꽃밭에서 사진도 찍었고, 남편이 꽃 사진도 보내줬다. 남편 친구가 귀찮게 왜 캠핑을 계속 하냐고 그래서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문구가 있어서 덧붙인다.
‘결국 불편함이야말로 야외 캠퍼가 무의식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치품들과 문명의 이기들에 점차 싫증을 낸다. 우리는 우리의 복잡한 문명에 반기를 들고 얼마 동안 제1 원리들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또다시 맞닥뜨리기 위해 비와 추위와 연기와 모기와 흑파리와 불면의 밤을 기꺼이 감내한다’(존 버로스, ‘단풍나무들 아래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