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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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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으로 가는 버스 안, 보광고등학교 체육교사인 서상필 교사가 사회를 맡아 오늘 기행에 대해 안내했다. 동학혁명과 관련한 전체 설명은 개운중학교 역사 교사인 박한승 교사가 했는데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설명으로 아주 재미있었다. 현지 해설은 정읍 지역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박래철 교사가 전라도 특유의 구수함과 정겨움이 묻어나는 말투로 깊이 있는 해설을 했다.
처음 간 곳은 동학혁명 당시 사발통문을 돌려 결의를 했던 주산마을이었다. 주산마을 앞 기념비를 설명하면서 박래철 교사는 우리말로 쓰인 비문보다 영어로 번역된 말에 주목하라고 한다. 농민을 뜻하는 farmer(파머)와 peas ant(페즌트)를 구분해서 보라는 것이다.
농장주와 소작농을 뜻하는 이 둘 차이는 계급의식을 드러내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느끼게 하는 것으로 동학혁명 전체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언어적 문제였다. 그리고 마을회관 앞에 세워진 무명동학농민 위령탑을 보면서 그 당대의 삶에 대해 생각하며 묵념을 했다.
점심은 조선 시대 마을을 재구성해 놓은 ‘송참봉 조선동네’라는 곳에서 먹었다. 어른들은 막걸리 한 잔과 나물로 이뤄진 반찬을 먹으며 옛 분위기에 젖어들었고 아이들은 그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놀았다. 점심을 먹은 일행은 동학군이 봉기했던 백산에 올랐다.
높이 40m밖에 안 되지만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박래철 교사는 여기서도 기념탑 아래 새겨진 벽화 인물을 살찌게 표현해 당시 민중 이미지와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을 하면서 역사인식이 철저해야 함을 알려준다.
점심을 먹고 전봉준 고택과 만석보터, 이평면에 있는 말목장터를 지나 황토현으로 갔다. 황토현 전적지 기념탑을 둘러보며 동학혁명 역사적 의의를 살펴볼 수 있었다. 기념탑 아래에는 역대 정권에 따라 조성된 기념관이 있었고 길 건너에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기념관이 있었는데 시간 부족으로 기념관은 둘러보지 못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버스에 올랐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중년 어른이 함께한 역사기행은 각자가 받아들이는 의미도 깊었지만 서로 다른 세대가 하나의 역사적 문제를 가지고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가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지만 역사의 실제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것에서 얻는 의미는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가치를 느끼게 하는 역사기행이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중년까지 백산에 함께 오르는 장면이 오랫동안 인상 깊게 느껴질 역사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