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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프랑스 지역신문을 가다
지역신문이면서 전국지까지 발행하는 '르 파리지엥'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7/29 11:21 수정 2014.07.29 11:20




르 파지리앵(Le Parisien)은 프랑스 수도 파리를 배포권역으로 하는 지역일간지다. 그러나 전국을 배포권역으로 하는 ‘오주르뒤 엉 프랑스’(Aujourd’hui en Fr ance)도 함께 발행하고 있다. 지역일간지가 주력매체이고, 전국일간지가 자매지인 특이한 신문사다.

현재 350명의 기자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본사에 200명, 파리 주변 지역에 150명이 상주한다. 이들 외에도 50명 정도가 전국에 상주하고 있으며, 30명 정도의 해외특파원을 두고 있다. 새벽 2시까지 일어나는 일들을 신문에 담는다. 기자들은 종이신문에도 출고하지만, 웹 사이트에도 출고한다.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발행되는 신문 가운데 가장 많은 43만부가량을 발행하고 있으며, 르몽드가 정치ㆍ사회분야 고급지를 지향한다면 르 파리지앵은 범위가 넓은 대중지를 지향하고 있다. 또 매주 금요일 주간잡지를 발행하고 매일 광고지를 특별판으로 제작해 본지와 함께 판매하고 있다. 르 파리지앵은 1유로 10센트, 르몽드는 2유로 이상에 판매한다.

그러나 르 파리지앵은 적자다. 다만 인터넷 매출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5년 전까지만 해도 50만부를 판매했지만, 7만부가 줄었다. 인터넷 접속자와 합치면 350만명 정도다.


|인터넷과 종이신문, 독자층 달리 해


자신을 ‘행정편집국장’이라 소개한 자끄 랄랑(Jacques Lallain) 씨는 “인터넷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어떤 층이 뭘 보느냐를 조사해보니 웹 사이트는 평균 연령 35세 미만, 종이는 평균 60세였다. 연령대에 따라 서로 선호하는 콘텐츠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웹 사이트 콘텐츠는 평균 연령 35세에 맞춰 출고하고, 종이신문은 질을 높여서 고급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화부장 이브 재글(Yves Jaegle) 씨는 “이제 기자들은 종이신문 기사를 쓰기 전에 인터넷에 먼저 쓴다”며 “예를 들어 인터넷은 젊은 층이 주로 구독하기 때문에 유명 가수 콘서트는 축구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것처럼 라이브 블로깅(블로그나 SNS로 실시간 보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독자 겨냥한 이벤트 ‘눈길’


이브 재글(Yves Jaegle) 문화부장은 “문화부에서 전에는 없었던 것을 만들어 냈다. 가수가 새 음반이 나오면 그냥 인터뷰 기사만 냈다. 그러나 이제는 가수를 회사에 불러서 노래 3~4곡을 부르게 하고, 이걸 찍어서 사이트에 올린다. 어려운 일인데, 우리 기자 가운데 한 명이 음악계 인사와 두터운 관계여서 섭외가 가능했다. 가수들도 음반 판매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놀이기구를 큰 공터에 설치해서 시민이 즐길 수 있게 해놓은 곳이 있다. 이번에 새로운 놀이기구가 나와서 기자가 직접 타보고 그걸 자신이 촬영해 비명 소리까지 영상에 담았다. 요즘 독자가 기자에게 원하는 것은 밀접하고 친밀한 관계인 것 같다”며 르 파리지앵의 변화를 강조했다.


|기사 쉽게, 독자가 친밀감을 느끼도록


이브 재글 부장은 “우리는 지식인부터 일반 시민까지를 대상으로 하므로 영화를 설명할 때도 구독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기사를 쉽게 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문화부 기사의 잘못된 점은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마치 전문성을 가진 문화부 기자에게 설명하듯 독자 이해도가 떨어지는 기사를 많이 썼다. 르 파리지앵의 철칙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문화 관련 기사 마지막에는 반드시 독자 생각과 의견을 넣는다. 현장에서 5명의 관객을 붙잡고 당신은 이 공연을 어떻게 봤느냐, 관람료가 아깝지 않으냐는 등 질문을 하고 이를 지면에 반영한다.


|영화와 방송도 문화다


그들은 프랑스 신문의 문화면이 수많은 공연과 행사, 전시의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프랑스는 주당 근로시간이 35시간이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고, 파리는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전시와 공연 등 콘텐츠가 엄청나게 많다. 르 파리지앵은 시민에게 문화 가이드 역할을 해 시민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성 있는 기사로 유명한 사람을 인터뷰해 유명인의 잘 몰랐던 면을 부각하는 기사를 쓴다. 한 판사가 있는데 그가 락(Rock) 음악을 좋아 한다든지,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큰 기업의 사장을 인터뷰하는 기사도 쓴다. 매달 독자와 만남에서 이런 기사들이 호평을 받아 매주 일요일에 이런 인터뷰를 출고하고 있다.
대중지를 추구하는 르 파리지앵은 영화와 음악, 방송을 많이 다룬다.

프랑스에서도 연극과 전시는 비대중적인 분야에 속해 18명의 문화부 기자 가운데 5명이 방송분야 취재에 투입된다. 자매지로 발행하는 ‘르 파리지앵’이라는 잡지가 있는데, 여기에도 문화부에서 콘텐츠를 제공한다.


|문화 15개 분야 최고를 뽑아 시상


문화 분야의 최고를 뽑아 상을 주는 행사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20013년도에 ‘스타’라고 이름 붙여 15개 부문에서 상을 주고 있다. 재정 등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 행사가 성황을 이루려면 유명 연예인이 와야 하는데, 다행히 음악분야는 유명 가수가 와서 상을 받았고 영화감독과 주연 배우가 직접 시상도 했다.

소설 분야 수상자는 수상 사실을 인쇄해 책 띠지를 만들어 판매에 큰 도움을 줬다. 신문사 경영에 경제 가치를 따질 수 는 없지만 신문사 브랜드 제고에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각 분야 수상자 선정은 신문사 350명의 기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로 뽑는다. 수상자는 르 파리지앵 기자들이 뽑은 스타인 셈이다.


|독자가 신문사 주인이다


르 파리지앵도 독자 관심을 파악하기 위해 매달 독자와 만남 행사를 열고 있다. 영업부에서 본사로 초청할 독자를 10명씩 선정하는데, 신문 판매 현장에서 독자를 섭외한다. 독자와 만남 진행 방식은 해당 날짜의 신문을 펴 놓고 각 지면과 기사, 사진과 제목 등에 하나하나 의견을 묻는 식이다.

이것을 마케팅부 직원이 모두 녹음한다. 왜 이 사진을 여기에 실었나, 기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등 의견을 받아 취재, 편집 등 신문사 모든 종사자가 공유한다. 르 파리지앵도 독자를 신문사 주인으로 섬긴다.

한관호 기자
hohan1210@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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