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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땀 한바가지는 흘려야 봉사한 기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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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한바가지는 흘려야 봉사한 기분 들어요”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4/07/29 11:29 수정 2014.07.29 11:28
단체 탐방 '부일 봉사단'

7명으로 시작해 현재 48명 가족봉사단

전기 수리, 도배ㆍ장판 등 ‘집 고치기’




하루는 지붕을 ‘뚝딱뚝딱’ 고치는 목수가 됐다가, 하루는 집 안에 전기 배선을 연결하고 도배와 장판을 깐다. 순식간에 화장실을 만들기도 하고, 비닐하우스를 짓기도 한다. 문짝 수리나 형광등 교체, 보일러 고치기는 이제 식은 죽 먹기다.

숙련공의 내공마저 느껴지는 이들은 다름 아닌 부일봉사단(단장 이광희). 봉사단체 활동이라기보다 막노동에 가깝지만, 이렇게 땀을 흘려야 봉사 제대로 했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부일봉사단은 2004년 부산일보 양산지사와 지국 직원 7명으로 시작했다. 양산지역에 봉사단체가 하나라도 더 생기면 그만큼 소외된 이웃에게 한 번이라도 더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만든 봉사단체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48명의 회원을 둔 어엿한 가족봉사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10년째 부일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이광희 단장은 “이렇게 뿌듯한 활동을 내 아내, 내 아이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회원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점차 가족봉사단이 됐죠.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느 가족봉사단과는 다르다. 초등학생도 도배 붓을 들어야 하고, 중ㆍ고등학생 정도 되면 망치나 삽 정도는 다뤄야 한다. 여자라고 예외는 없다. 벽돌이나 철근을 옮기는 일도 거뜬히 해낸다. 대부분 활동이 ‘집 고치기’이다 보니 아침에 시작하면 해떨어질 때 끝나기 일쑤다. 대충 2~3시간 봉사시간 채우려고 참여했다간 큰 코 다친다.  

이 단장은 “하하. 물론 너무 힘들다고 손사래 치면서 안나오는 회원도 있어요. 하지만 애초에 사회복지시설 봉사는 하지 말자고 약속했어요. 그곳은 우리 단체가 아니더라도 많은 봉사단체들이 찾으니까요. 창단 초기 인연을 맺었던 무아의 집 외에는 진짜 우리 손길이 필요한 이웃에게 가기로 했죠. 그래서 도심 속 빈민가, 농촌 외곽마을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장애인이 거주하는 집에 주로 방문하게 된거죠”라고 말했다.


매월 셋 째 주 일요일 정기 봉사
산 속에 서랍식 화장실도 만들어


부일봉사단은 매월 셋 째 주 일요일에 정기 봉사를 한다. 지난 20일에도 원동면에 홀로 사는 어르신댁 주택 외벽 페인트 봉사를 다녀왔다. 양산시 주민생활지원과에서 봉사를 권유한 곳인데, 어르신이 지체장애가 있어 거동조차 쉽지 않아 집 청소와 내수 수리까지 하고 왔다.

이렇게 매번 땀을 한바가지 흘리고 회원들이 다치기도 하는 힘든 봉사현장이지만, 그래도 유독 기억에 남은 봉사가 있다고 한다. 2012년 처음으로 서랍식 화장실을 만들었던 기억을 꼽았다.

이 단장은 “산 속에 화장실을 지어달라고 하는데 정화조를 묻을 수도 없고…. 정말 황당했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서랍식 화장실이예요. 좌변기 아래에 구멍을 뚫고 인분처리통을 설치하는 거죠. 그러면 인분을 거름으로도 쓸 수 있으니 농사 짓는 어르신들에게는 일석이조의 아이디어였어요. 이제는 서랍식 화장실 하면 건장한 청년 4~5명만 있으면 뚝딱 만들지만, 처음에는 설계는 물론 재료가 뭐가 필요한지 조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시작했으니 땀을 평소보다 2~3배는 더 흘렸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집 수리 후 자매결연 맺어 보살핌 지속
“적은 돈 아껴, 없는 시간 쪼개 봉사”


부일봉사단의 봉사활동은 결코 일회성이 아니다. 일단 집 수리 등으로 인연을 맺고 나면 수시로 찾아가 또 손볼 곳이 없는지 살핀다. 지역별로 역할분담을 해 쌀과 생필품 등 물품지원도 하고 있다. 일종의 자매결연으로, 내 부모 형제처럼 살뜰히 챙기고 있는 것.

집 수리는 물론 물품지원까지 하는 봉사다 보니 봉사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비용 역시 모든 회원들이 십시일반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 ‘적은 돈을 아껴, 없는 시간을 쪼개 봉사 하자’는 봉사단의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봉사단 인터넷 카페 대문에 보면 ‘오늘 내가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는 문구가 있어요. 내가 가진 ‘하루의 시간’이라는 선물을 소외된 이웃의 내일을 위해 쓴다면 그보다 더 보람된 일이 어디 있겠어요. 봉사는 결코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하는 활동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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