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획/특집

■ 프랑스 지역신문을 가다
레지스탕스가 세운 현직기자 재교육기관 'CFPJ(기자교육센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8/12 11:23 수정 2014.08.12 11:23





CFPJ(Centre de Formation et de Perfectionnement des Journalistes)는 말 그대로 ‘기자교육센터’다.

그러나 기자 지망생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기자생활을 몇 년 한 현직들이 재충전을 위해 또는 직장을 옮기려는 이들을 재교육시키는 대학원 급이다. 기자교육센터는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 레지스탕스들에 의해 나치에 협력한 언론인을 청산하고 올바른 언론인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 센터 국제교류 담당자인 베르니끄 가레 씨는 “설립 이래 저널리즘 분야에서 프랑스 최상위급 학교로 자리매김해왔으며, 큰 언론사 최고책임자와 경영자들이 대부분 이곳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 센터 복도에는 이곳 출신으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언론인들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립학교이지만 국가와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파리1대학과 자매결연으로 학부 과정 이후의 심화교육을 하고 있으며, 각 언론사가 주문하는 맞춤형 교육도 해주고 있다. 교수진은 500여명에 이르는데,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초빙교수가 많다고 한다. 이들이 해마다 2천여명의 기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등록금은 연간 5천유로이며, 교육 과정은 기본 2년이지만, 2~3일짜리 단기교육도 있고, 3개월, 6개월 과정 등 다양하다. 3~6개월 과정은 주로 현직 기자가 다른 언론사로 전직하려 할 때 이용한다.

예를 들어 문화부 기자 심화과정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뭘까? 베르니끄 가레 씨는 “문화 분야에서도 기본적으로 역사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해당 분야별 지식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는 잘 알지만 저널리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우리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 프랑스 신문과 방송에서 중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자교육센터 출신 언론인들.


|신문과 인터넷 틈새
  잡지 발행으로 공략


그에게 프랑스 언론 상황 전반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젊은 세대는 신문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뉴스를 접하기 때문에 프랑스에도 인터넷신문이 늘어나고 있지만, 수익모델은 아직 미미한 상태다. 뉴스 깊이나 질에서는 종이신문을 따라갈 수 없지만, 속보는 신문이 인터넷을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인지 신문 판매는 줄어드는 대신 잡지 판매가 늘고 있다. 일간지는 지금 인터넷과 잡지 사이에 끼여 있는 형국이다”

주간지나 월간지의 경우 읽을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는데, 인터넷신문과 일간지가 다루지 못하는 틈새를 잡지가 공략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따라서 르 피가로와 르몽드, 르 파리지앵 등 주요 신문들은 시사와 여성 등 다양한 분야의 잡지 발행을 병행하고 있었다. 각 구청에서도 문화정보를 담은 월간잡지를 발행한다.

가레 씨는 “나도 20년 전까지 기자생활을 했는데, 이미 그때부터 디지털 시대에 대응한 구조조정과 기자조판 등 큰 변화가 이뤄져 왔다”며 “그 시절에 비해 지금 기자들은 1인 2역은 물론 1인 5역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제교류 담당 베르니끄 가레
"프랑스 언론도 독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잡지 시장에 대한 인상

이번에 방문하진 않았지만 고급일간지 <르몽드>가 영화감독 프랑수와 트뤼포 사망 30주년을 맞아 발행한 단행본이 눈길을 끌었다.

가판대나 서점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진열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판매실적도 높은 것으로 보였다. 가격은 7.9유로로 페이지(122)에 비해 싼 것도 아니었다. 내용은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한 모든 것을 다양한 사진과 함께 묶은 내용이었다.

프랑스 최대 일간지로 78만부를 발행하는 지역신문 <우에스트 프랑스> 역시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을 맞아 당시 전쟁 상황을 정리하고 참전 군인을 인터뷰 한 단행본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모든 신문사가 시사주간지와 패션, 여성, 음식, 부동산, 문화, 경제 등 전문분야 월간지, 수십종의 지역주간신문을 발행하고 있었으며, 수백여종의 다양한 잡지가 가판대에 진열돼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전쟁과 역사 관련 잡지도 여럿이었다.

특히 거리 가판대 외에 모든 지하철이나 철도역 등 공중이용시설에 입점해 있는 ‘RELAY’라는 매점이 인상깊었다. 각종 잡지와 신문, 책, 음료, 스낵 종류를 구비하고 있는 이 매점에는 항상 사람이 북적였다. 프랑스 사람들은 여행에 앞서 이 ‘RELAY’에 들러 자기가 읽을 책이나 잡지, 신문을 샀다. 물론 이런 매점과 가판대는 모두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사르코지 정부가 추진했던 인쇄매체 지원 정책 덕분이다.

따라서 프랑스 잡지 시장 확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일 것 같다. 다만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이나 트뤼포 사망 30주년 기념 단행본은 우리가 응용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역사적 전환기였던 ‘낙동강전투 70주년’을 책으로 묶어 내는 것이다.
↑↑ 르 파리지엥 신문.


|프랑스 언론에서 배운 것 

프랑스 언론시장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정기구독자에게만 배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가판대나 매점에서도 판매한다. 그러다 보니 1면은 대개 큼직한 사진 여러 장과 제목만으로 꾸며진다. 가판대에서 독자의 눈길을 끌어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의 대부분 신문이 그렇다. 1면에 비중 있는 기사 전문이 다 들어가는 우리나라 신문이 인덱스 중심으로 제작되는 유럽 신문의 비주얼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프랑스 신문에서 나름데로 배운 몇 가지는 첫째, 기자의 관심사가 아니라 독자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항상 생각하라는 것이다. 프랑스 신문들은 이를 위해 독립된 부서를 두고 있다. 이 부서는 불특정 독자를 신문사로 초청해 의견을 청취하며 이를 편집국에 넘겨 지면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둘째, 어떤 사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독자 수준과 눈높이에 맞춰 기사를 쉽게 쓰라는 것이다. 교수에서 일반 시민 누구나 읽고 이해하기 쉽게 작문해야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과 동네 사람에게 밀착하고 특화된 콘텐츠를 발굴해야 하며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 독자층을 달리하는 기사를 출고하라는 것이다.

프랑스 신문 역시 독자는 날로 줄어들고 젊은층은 인터넷 활용도가 높고 그 틈새를 잡지가 공략하는 형국이라 언론사들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언론사 기자들이 현장을 떠나야 했으며 경영진은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지면개선, 독자의견 수렴, 주간지와 잡지 발행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관호 기자
hohan1210@ysnews.co.kr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