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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송스님 시인 통도사 극락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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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 산줄기가 곧바로 쭉 내려서서 백운암에서 비로암으로, 다시 극락암에서 자장암으로 뻗어 한 마장 숨을 가다듬다 보면 불현듯 통도사가 보인다. 능히 맑고 푸른 하늘을 감싸 안은 해동 제일 도량이다. 용화전 앞 미륵봉발탑이 있고 그 오른쪽에 개산조 자장율사의 진영이 모셔진 개산조당, 그 앞섶에 세존비각이 동그마니 서 있다.
세존비각을 지나면 금강계단이라 불리는 적멸보궁이 사자와 같은 위용을 뽐내고 있다. 금강계단이라 함은 ‘나뉠 수 없는’, ‘분리되지 않는 단단함’ 등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불멸의 지계정신을 말한다.
처음으로 영축산문을 여신 자장율사는 ‘단 하루를 살지언정 계를 파하고 100년을 살기 원치 않는다’는 서슬 퍼런 강단을 보였고 이에 선덕여왕은 애꿎은 비련 가득한 심사를 접어야 했으니 근 1천400년 전 일이다. 적멸보궁(寂滅寶宮) 사리탑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가 모셔진 영탑이다.
나는 선재 동자처럼 도를 구하고
보현보살의 행원으로 중생을 제도하리라.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 할지라도
나의 원은 다하지 아니하며
허공계가 다하더라도
나의 원은 다하지 아니하리라!
정석이 통도사 불교전문강원에 다니던 22세의 서원(誓願)이다. 젊은 수좌의 불같이 끓어오르는 대발심(大發心)은 경이로운 것이다. 대발심! 크고 원만한 깨달음의 마음을 내는 것. 일찍이 온 세계의 큰 스승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그의 제자 수보리의 미진한 의심에 벼락같은 말씀을 남긴다.
“그런 말 하지 마라. 여래가 열반에 드신 후 500세에도 계를 받아 지니고 복을 닦는 자가 있어 이러한 말과 경전에 능히 신심을 내어 이것을 진실하게 여기리라.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한 부처님이나 두 부처님이나 셋, 넷, 다섯 부처님께만 선근(온갖 선(善)을 낳는 근본)을 심었을 뿐만 아니라 한량없는 부처님 처소에서 여러 선근을 심은 사람이니 이 말씀을 듣고 한 생각에 청정한 믿음을 낸다”
진실한 믿음을 내는 사람에 대한 평이다. 정석은 이미 약관의 나이를 갓 넘은 청년기에 인간은 필연적으로 깨달을 향해 가는 존재임을 자각한다. 이를 불가에서는 보살(菩薩, 깨달은 존재)이라 말한다. 인간은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누고자 하며(허공), 소유할 수 없는 업을 공유하고자(衆生業, 중생업) 하는 번뇌 가득한 존재이다.
정석은 평범함을 넘어선 비범한 출발을 알리고 있다. 무풍한송길 솔바람에 날아간 그의 번뇌는 흔적이 없다. 오직 비상하려는 불요불굴(不撓不屈)의 정신만이 밝게 타오를 뿐이었다.
봄비는 달항아릴 생각한다
안개가 피는 것은 그 때문이다
달항아린 봄비를 생각한다
구름이 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스승에게서 편지가 왔다
따뜻한 그리움이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