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꽝’ 소리가 나더니 집안이 흔들거렸어요. 벽에 있던 달력이 떨어질 정도였죠. 그러더니 ‘와르르’하며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하늘에서 천둥이 치는 동시에 지진이라도 났나 싶었어요. 그런데 세상에…”ⓒ
“산사태가 났다는 딸 아이 전화를 받고 10여분 만에 달려왔어요. 아파트 옹벽이 무너지고 있더라고요. 무덤처럼 보이는 봉분도 토사에 휩쓸리고, 주차장에 승용차 한 대는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어요. 정말 아찔했어요”
평산동 한일유앤아이아파트 뒤편 옹벽 붕괴 사고를 목격한 주민 증언이다. 내 집 앞에서, 그것도 매일 거닐던 곳이 하루아침에 끔찍한 재해현장으로 바뀌자 입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19일 오후 1시께, 평산동 한일유앤아이아파트 뒤편 54m 높이 옹벽이 무너졌다. 흘러내린 토사는 왕복 6차로, 길이 120m 외곽순환도로를 완전히 뒤덮고 아파트 화단과 주차장까지 밀고 내려왔다. 이 사고로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1대가 매몰됐고 4대가 긴급 견인조처됐다. 묘지 3기도 유실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2차 붕괴 우려로 1천여명에 달하는 입주민이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드러난 절개지에서는 계속 돌멩이가 흘러내리고, 아직 무너지지 않은 옹벽 곳곳에 금이 가 있는 데다 또다시 폭우가 예보돼 주민 대피령이 불가피했다. 웅상중학교 실내체육관에서 4일간 피난민 생활을 한 주민은 지난 22일 전원 복귀했다.
양산시는 “안전을 고려해 옹벽과 아파트 사이 길이 93m, 높이 4m 임시 방호벽을 설치한 후 차단됐던 도시가스를 재공급하고 모든 입주민을 안전히 귀가시켰다”며 “혹여 불안감으로 귀가를 거부하는 입주민이 있을 가능성을 대비해 현재 아파트 관리사무소 4층에 임시대피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인 규명 후 하반기 복구 예정
한편, 양산시는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원인 규명에 들어갔다. 이 주 안에 붕괴 원인 학술용역을 시행한 뒤 결과에 따라 실시설계를 추진하면, 올해 하반기께 복구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양산시는 “전문가 자문 결과, 단층지형에 암반절리 현상까지 있는 상황에서 시간당 93mm의 집중호우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것이 직접 원인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원인은 학술용역 결과가 나와야 아는 것으로, 자연재해이든 부실시공 때문이든 ‘주민 안전’에 초점을 두고 조속히 복구공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