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교육

■ 박종훈 경남도 교육감에게 듣는다
극단적 경쟁교육에서 아이들이 불행해진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8/26 09:43 수정 2014.08.26 09:41
교사 잡무 없애고 ‘경쟁과 협력’ 스웨덴식 수업 도입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으로 경남 교육 이끌 것”




(사)한국지역신문협회 경남협의회가 지난 14일 경상남도 교육청 교육감실에서 박종훈 교육감과 1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박상길 사천신문 대표를 비롯해 황규열 밀양신문 대표, 백강희 거창韓뉴스 대표, 김홍식 창원신문 대표, 이학규 the함안신문 대표, 우인섭 주간함양 대표가 참여했다.  

경남지역신문협회 공동기사



▶제16대 교육감으로 취임한 후 두 달이 지났다. 조금은 여유로워 보이는데?

초보 교육감으로 정신없이 2개월을 보냈다. 사실 지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로서 ‘절박함’이, 교육감 당선 후에는 ‘안도감’이 앞섰다. 그러나 교육감 취임식 이후 두 달이 지난 지금 심정은 솔직히 ‘책무감’이 앞선다.

일이 많은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각종 사고가 발생하면 내공이 부족해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초보 교육감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서서히 생기고 있다.

지난 30년간 교사로서, 교육위원으로서, 교육감 후보로서 교육현장을 누비던 시절 내가 꿈꿨던 경험을 바탕으로 경남교육을 멋지게 실현하고 싶다. 초보 교육감에게 우리 교육가족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하고 싶다.


▶교육감으로서 도민과 교육공동체에 가장 알리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예산 문제다. 대한민국 정부기관 가운데 인건비와 기관운영비가 전체 예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곳은 전국 시ㆍ도교육청이 유일하다. 실제 경남교육청 1년 예산이 4조원에 달하지만 5만여명의 교직원들에게 주는 월급 등 경직성 경비가 3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전국 광역단체 인건비 5% 수준에 비교하면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여기에 무상급식, 누리사업, 학교 신ㆍ이설 등에 각각 수천억원을 지원하고 나면 남는 예산은 전체 예산의 4%에 불과할 정도로 재정상태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교육감은 선출직이다. 선출직 기관장에게 경직성 경비 위주로 예산을 책정하는 바람에 교육감은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 추진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교육청에 공무원을 배치하고 중앙정부 사업을 대행하는 위탁기관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곳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340만 경남도민이 교육 중요성과 경남교육청 위상, 예산 문제 등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두기를 바란다.


▶전국 시ㆍ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대책은 없는가?

전국 시ㆍ도교육감협의회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 7월 23일 더케이 서울호텔에서 임시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협의회는 지난 6.4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교육감들이 모이는 첫 회의였는데 시ㆍ도교육청 간 상호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고 공동 현안에 대한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이날 임시 총회에서 지방교육재정 확충을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촉구했다.

현재 돌봄교실 확대, 누리과정 운영,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 고교 무상교육 실현 등 국민적 교육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교육예산 확충이 시급하다. 이날 참석자들은 교육예산을 내국세 총액의 20.27%에서 25.27%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는데 이 개정법률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으로 전국 17개 시ㆍ도교육감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지역교육 발전을 위해 본연의 의무를 다할 것이다.



▶연합고사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올해 연합고사를 치르고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는데?

지금 연합고사는 선발고사로서 기능이 없다. 그리고 학력을 올리는 데는 시험 한 번 더 쳐서, 야간 자율학습 시간을 한 시간 더 늘려서 올리겠다는 것은 옛날 생각이다. 새로운 교실 수업 방법 혁신을 통해서 학력을 올릴 자신이 있다. 올해는 연합고사를 치르고 내년에는 법률 검토를 거쳐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다.


▶교사들도 잡무에 시달리지 않고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교육력 향상에 절대적인 것 같다. 어느 것이 본질이냐라는 것을 가지고 봤을 때 지금 우리 교사들은 수업하고 아이들 가르치는 것이 본질이 아니고 행정적으로 공문 처리하고 잡무가 우선인 현실이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말씀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수업하고 아이들 상담하는 본연의 자세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 행정실무사를 고용ㆍ배치하고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밟아 나가겠다.


▶경쟁+협력 스웨덴식 수업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친구를 밟고 올라서야만 내가 이길 수 있는 극단적 경쟁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OECD 행복지수 꼴찌로 내몰았다. 하나의 모둠에 발표를 잘하는 친구, 자료를 잘 만드는 친구, 글을 잘 쓰는 친구가 있다. 과제를 수행하는 데 모두 소중한 친구들이다. 시험을 잘 치는 아이들만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들이 힘을 모아 다른 모둠과 경쟁하는 선진화된 평가시스템이 아이들과 교사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최근 가정과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각종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킬 방법은 없는가?

가족과 학교가 붕괴된 상황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스웨덴 교육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귀국한 교육 전문가가 쓴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책에서 스웨덴 아버지들은 1년 365일 가운데 360일을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대화와 숙제, 그리고 자녀 장래를 함께 걱정한다고 서술했다.

우리나라 아버지들은 어떤가?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은 1년에 한 달도 가족, 특히 자녀와 함께 저녁을 먹는 시간을 갖기 어렵다. 우스갯소리로 한국 가정은 아버지는 회식, 어머니는 계모임, 자녀는 학원 때문에 따로따로 저녁을 먹고 있다. 아침 역시 함께 모여서 먹는 것이 아니라 출근 순으로 먼저 먹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물론 모든 것이 스웨덴 교육방식이 옳다고 볼 수 없지만 단순히 비교했을 때 누구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학교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제 우리도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우리 생활을 되돌아보고 건전한 가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박종훈 교육감이 판단할 때 스스로 이념적 좌표는?

이념적 가치는 합리적 진보라고 할 수 있다. 진보라고 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왕적 방식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절차적 민주성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월 11일 일반직 인사에서 오류를 줄이려고 부교육감, 간부들과 논의를 많이 했다. 의사소통 통로를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내고 추구하는 것이 내 이념이다. 혼자 결정할 경우 오류 가능성이 높지만 여러 사람과 합의할 경우 오류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리더십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과거 야전사령관적인 리더십이 대세였다면 오늘날 리더십은 시간을 갖고 합리적인 정책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민주적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박종훈은 온건한 합리적 진보라고 할 수 있겠다.


▶끝으로 교육가족이나 도민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아이들에게 항상 빚을 가지고 살아왔다. 아이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는데 행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행복한, 즐거운 학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학부모와 제대로 된 소통을 통해 신뢰하는 학교로 만들도록 하겠다. 정말 힘들게 학교생활을 하는 교직원들에게 신명 나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도민께서 제가 잘하는 것은 칭찬하고, 잘못하는 부분에는 따가운 질책을 바란다. 교육감이 성공해야 우리 교육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지지와 지도 편달을 부탁한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