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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 詩] 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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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詩] 미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8/26 09:59 수정 2014.08.26 09:57



 
↑↑ 김하경
이팝시 동인
2012년 <열린시학> 봄호 신인상 등단
 
아이를 품은 여인
오랜 시간 썩지 않은 땅속에 빛을 발산하고
여인 몸 어디쯤 아기 울음소리 들린다
파평윤씨 정정공파 묘역 가슴에 담은 울음 울고 있다
후손을 출산하다 죽은 미라
군데군데 괴사된 채 말라버린 여인은 썩지 않았다
오백년 전 무덤 속으로 스민 햇볕을 조금씩 닦으며
어두워진 무덤 속 여인이 줄곧 발버둥 쳤던 눈물 자국이 흥건하다
무덤 밖에서 호롱불 아래 바느질 소리 들리고
하얗게 맞배지붕 위에 서리가 내렸다
목숨 걸고 자식을 품은 어미는 저렇듯 썩지 못하는 걸까
자르지 못한 시간을 뒤집고
어미는 무덤 속 썩지 못한 몸을 드러내고 있다
여인의 마른 살갗 미끄러진 바람에 날리면
미라는 괴사된 채 까맣게 썩을 것이다
햇볕은 흙속에서 방부제였다
젖은 비단옷과 사진이 박물관에 스크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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