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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경봉 스님 불교세계] 경봉대선사 ‘달마’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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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 스님 불교세계] 경봉대선사 ‘달마’⑦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8/26 10:06 수정 2014.08.26 10:04



 
↑↑ 일송스님
시인
통도사 극락암
 
라일락은 귀여운 하트 모양의 잎을 흔들고 있다. 봄바람에 보란 듯이 청아한 살림을 내놓고 햇살과 바람에게 고요 사무친 그리움을 펼치고 있다. 아니 손을 먼저 내미는 쪽은 햇살과 바람이리라. 라일락 잎, 잎 하나하나는 저도 모르게 자연의 은혜에 감응한다. 진달래, 영산홍 꽃 떨기도 오직 자신만의 색으로 마음을 나타낸다.
논물에서 개구리가 노래한다. 씨는 뿌려질 것이고 열매는 맺을 것이다.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에 있는가? 만화방창(萬化方暢, 따뜻한 봄날에 온갖 생물이 나서 자라 흐드러짐을 표현하는 말)이라 청명한 오곡은 햇살을 받아 자라고 유유자적한 선객은 일없는 한가로움에 도심(道心)이 무르녹는다. 봄바람이 그 정신을 키우고 청산은 아낌없이 그대로의 모습으로 넉넉한 마음을 베푼다.

정석은 올바른 관찰을 통해 무상(無常)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만인의 고통을 인식함으로 대자비의 마음을 내고 깨달음의 소원을 발했다. 그때 허공 세계와 중생의 업이 큰 수레바퀴로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은사이신 성해 화상의 자비로운 보살핌으로 한결 부드럽고 깊은 사유의 공간에서 태어남이 없는 삶을 걷기 시작했다. 그곳이 신령한 산중이니 산과 더불어 정석의 정신도 그윽이 깊어갈 따름이었다.

그것은 한 줄금 비에 맑게 씻긴 의식의 정화다. 먹구름도 비도 다 한 살림이 아니런가. 벌써 정석은 마음에서 구름 속 미세한 물방울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세속에 속한 것이 아니다. 하늘의 솜구름, 땅 위의 탁류조차도 본질은 하나다.
 
세상의 헛된 명리를 떠나 은은하게 비상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그 무엇도 가로막을 수 없다. 정석은 큰 여울에 다다른 것이다. 삶을 떠나 다시 삶 속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마침내 의식의 접점은 큰 바다를 만날 것이기에 의심 없이 햇살을 향해 솟아오르는 초록의 불꽃이 되고 있었다.    

연잎 위에 빗방울이 또록또록 구르며 한 덩어리로 뭉쳐있다. 본래 그것은 하나인가, 둘인가. 안개처럼 뇌리를 맴돌던 허상이 걷히고 맑고 선명한 생각이 솟아올랐다. ‘선재 동자처럼 도를 구하고 보현보살 행원으로 중생을 제도하리라’는 청정한 믿음이 젊은 수행자의 가슴에 타오르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일이 가장 큰일이니 무한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위대한 스승의 발자취를 좇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정석은 그 표상을 보현보살에게서 발견한 것이다.

‘마음이 바르면 모든 일에 편안하고 즐겁다.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자연히 불안이 생기고 몸과 마음이 불안해지는데 마음이 바르고 맑으면 항상 편안하고 즐거워지는 것이다. 이것은 내 말이 아니고 부처님 말씀이다’
이는 노사의 법문인데 삼매란 마음이 산란하지 않으며 ‘유익한 마음의 하나 됨’이다. 부처님 말씀에 ‘행복한 사람의 마음은 삼매에 든다’ 했으니 행복이 삼매로 가는 지름이며 원인을 제공한다.

정석은 통도사 불교전문강원에서 금강경, 능엄경, 원각경을 배워 익힌다. 그때 독립운동가이며 불교 정신의 대표적 선각자 만해 한용운 스님에게 화엄경 강의를 들으며 성스러운 진리와 함께하는 출세간적인 삼매에 매료된다. 마침내 ‘하루 종일 남의 보물을 세어도 반전푼이 안된다’는 대목에 이르러 선정을 닦아 속히 생사 해탈의 경지를 구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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