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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창간특집] 양산 고교 평준화, 이제는 말할 때
양산지역 고등학교는 중학생 모시기 전쟁 중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4/09/23 09:57 수정 2014.09.23 09:57
학력우수학생 진학으로 고교 서열화하는 비평준화 제도

‘중학생 유치’ 과열 경쟁… 고교 평준화 논의 시작할 때




고입선발고사 폐지, 혁신학교 확대, 선행학습 금지,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 최근 이슈로 떠오르는 교육정책이다. 오로지 공부, 공부만을 강조해 온 한국사회 교육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책들이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한다. 학교가 즐거워야 한다’는 교육 방향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양산교육계에서 고교 평준화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학력우수학생 진학 정도가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비평준화 제도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것. 중학생에게 입시 부담을 안기고, 고교를 서열화하고, 교사를 신입생 유치에 내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학 입시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고교 평준화가 학력 하향 평준화를 초래해 양산교육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빼앗고, 교육 획일화로 오히려 사교육 시장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본지 창간 11주년을 맞아 ‘양산 고교 평준화를 말한다’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당장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공론화해 논의할 때라는 것이다.




양산지역 고교들의 ‘신입생 모시기’ 과열 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숫자적으로 부족한 학력우수학생 유치에는 학교가 사활을 걸 정도다. 양산은 고교 비평준화지역으로 학력우수학생 진학정도가 고교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잦은 입시설명회, 타 학교 비방
경쟁 과열이 비교육적 행태 양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잦은 입시설명회에 고등학교 교사들이 내몰려 정작 수업할 시간이 없다. 입시철이 아닌 때도 수시로 중학교를 찾아 진학담당 교사를 설득하고 있다.

ㄱ고교 교사는 “중학교 졸업생 수가 고교 입학생 수보다 유독 적었던 몇 해 전, 입시설명회를 한 학교에 3~4번 반복적으로 가기도 하면서 학사일정에 큰 차질을 빚었다”며 “올해는 서부양산과 동부양산으로 나눠 합동설명회를 열어 이런 폐단을 막았지만, 이마저도 인기 있는 고교 설명이 끝나고 나니 학생과 학부모 절반 이상이 우르르 빠져나가 역시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학력우수학생 유치는 더욱 치열하다. 한 명이라도 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데려오기 위해 교사들이 학생 집을 방문하거나 몇 시간이고 전화통을 붙잡고 설득작업을 한다. 심지어 타 학교를 비방하는 소문을 퍼트리는 비교육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ㄴ고교 교감은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해 놓으면 다른 학교에서 또 다른 조건과 혜택을 내세우면서 설득한다”며 “마치 치열한 선거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학생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교육계 종사자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신입생 유치 과열 없애는
‘고교 평준화’ 도입 제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고교를 비롯한 양산교육계에서 ‘고교 평준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순서가 됐다는 것이다.

현재 경남지역에는 창원, 마산, 진주, 김해가 고교 평준화가 시행되고 있다. 인구 수, 세 수 등은 물론 교육인프라가 양산보다 풍부한 지자체들로 교육선진화를 위해서는 이들처럼 고교 평준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ㄷ고교 교장은 “학력우수 신입생이 많으면 대입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는 우리 교육현장의 현실 때문에 양산지역 고교들이 서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과열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평준화 도입으로 과열된 고교 진학경쟁에서 탈피해 중학교에서 학생들의 자기계발과 창의력 교육에 매진한다면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는 최근 대입전형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고교 평준화 도입을 주장했다.

이처럼 최근 변화하고 있는 대학입시제도가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수시모집 확대로 내신성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학력우수학생 쏠림보다는 적절한 분배가 필요하다는 것. 자연히 최상위권 중학생의 전략적 소신지원이 많아졌다.


수시확대, 입학사정관제 등
변화하는 대입도 평준화에 유리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과 국립대학 농어촌특별전형에 유리한 고교를 선호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또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자기추천전형, 글로벌리더 전형, 논술우수자 전형 등 대입전형이 세분화되면서 교과 성적뿐 아니라 비교과활동이 강조되는 점도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ㄹ고교 진로진학상담 교사는 “대입이 내신위주 수시전형 확대로 점차 변화하고 있는 추세에서 학교서열화를 만드는 비평준화는 더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2015학년도에 잠시 줄어들었던 수시모집 비율이 2016학년도에는 또 다시 늘어 66.7%를 선발키로 해, 수시전형에 대한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향 평준화, 교육 획일화 등
부작용 우려 반대 목소리도


하지만 평준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학력수준 편차가 큰 학생들이 한 학교에 배정되면 원활한 수업이 진행되기는커녕, 학교 내 우열반 등의 편성으로 오히려 비교육적 행태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다. 또 수업의 질적 하락으로 인해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 내몰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ㅁ고교 교장은 “대입이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 인문계 고교의 현실적인 역할을 부인할 수는 없다”며 “보다 많은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 위해서는 교과수업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학력수준 편차를 최대한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학력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중학생 졸업생 수 부족으로 100% 인문계 고교 진학이 이뤄지는 구조 속에서 평준화가 도입되면, 그나마 고교 진학을 위해 학력향상에 노력했던 학생들의 학습동기마저 저하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산교육지원청 한 관계자는 “김해의 경우 당시 면소재지였던 장유지역을 제외하고 평준화를 도입했는데, 현재 비평준화로 남아있는 장유지역 고등학교가 좋은 입시성적을 내면서 신흥 명문고로 자리잡았다”며 “학생들은 희망하는 학교 진학을 위해 성적향상에 매진하고, 고교는 우수한 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명문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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