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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창간특집] 양산 고교 평준화, 이제는 말할 때
고교 평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4/09/23 10:26 수정 2014.09.23 10:26




양산교육계에 고교 평준화에 대해 물었다. 교육현장과 교육단체, 학부모 등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단순히 찬성, 반대의 입장이 아니다. 양산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함께 담겨있다. 이들의 의견과 고민이 수면 위에서 함께 논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성공적 고교 평준화 위해서는
전문계고 설립이 전제돼야 한다”


구영건 양주중학교장


고교 평준화의 걸림돌 중 하나는 양산의 지리적 특성이다. 하북ㆍ웅상지역 고교로 인해 원거리 배정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김해시가 그 예로 장유지역을 제외하고 평준화를 진행했는데, 오히려 학교 서열을 더욱 부추긴 꼴이 돼 버렸다. 현재 중학교 학군을 적용해 평준화 지역을 나누는 등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또 성공적인 고교 평준화를 위해서는 전문계 고교 설립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학업에 뜻이 없는 학생을 무조건 일반계 고교로 진학시켜서는 안 된다. 자신은 물론 주위 학생들까지도 학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는 아예 정상적인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부산 학력인증학교에 진학하기도 한다. 이들을 위한 전문계 고교 설립으로 고교 선택 다양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그동안 명문고 육성 위한
노력에 찬물 끼얹는 제도될 터”


김창일 양산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


양산 고교 평준화는 시기상조다. 그동안 양산시가 ‘명문고교 육성’을 위해 10여년간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 왔고 이제 그 성과가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평준화 도입은 양산교육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다. 더욱이 이제는 부산ㆍ울산 학생들이 양산 고교로 진학할 정도로 양산교육이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학력 하향 평준화가 충분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고교 평준화 도입은 양산교육발전을 역행시킬 것이다.


내가 바로 1974년 부산 평준화 도입 1세대다.시험으로 당당히 입학할 수 있는 고교 진학을 급하게 전학해 부산시민인 것처럼 위장하는 편법을 쓰니 서러움마저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고 싶은 학교를 선택할 권리를 빼앗긴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다.



“40년전 평준화된 부산 교육
학력 하향 평준화되지 않았다”


이용학 효암고등학교장


고교 평준화의 가장 기본 취지는 ‘중학생을 놀게 해주자’는 것이다. 입시부담에서 해방시켜 주자는 것이다. ‘학생은 무조건 공부를 해야 해’라고 주장하는 어른이라면, 입시 없이 중학교 3년 을 보낸 아이들의 표정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분명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나는 지난해까지 부산지역에 몸담고 있었다. 부산이 평준화된 지 40년이 됐다. 평준화가 학력 하향 평준화가 가져온다는 우려가 가장 큰 데, 사실이 아니다. 다수 교육단체와 교육기관에서 조사한 자료가 증명해 준다. 결코 비평준화 지역에 비해 성적이 낮지 않다.


초ㆍ중학교 때만이라도 제발 우리 아이들을 놀게 해줬으면 좋겠다. 논 다는 것이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을 찾는 일종의 진로교육이 될 것이다.



“역외유출을 명문고가 막는다?
아니다, 그냥 가까워서 갈 뿐”


박한승 양산전교조지회장


우수인재 역외유출을 명문고교가 잡아줘야 한다고 하는데, 참 우스운 얘기다. 대부분 우수학교라서가 아니고 가까워서 간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학교이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양산지역에 있는 특정학교를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은 한 중학교에 2~3명 있을까 말까한 숫자다. 그리고 역외 학교가 목표인 학생은 평준화든 비평준화든 그냥 빠져 나간다.


그 소수 학생 때문에 평준화가 안 된다면, 매년 부산으로 쫒겨나는 20~30명의 학생들은 무슨 잘못인가. 서부양산은 미달 학교가 많고 웅상지역은 학급수가 모자라다. 이런 불균형으로 인해 매년 웅상지역 20~30명의 학생이 부산에 있는 학력인정학교로 진학하고 있는 것이다.


제발 기성세대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엘리트 교육’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산 90% 수시로 대학 진학
전략적 대입에 평준화가 유리”


박규하 양산고등학교장


대입을 지도해야 하는 고교 입장에서 평준화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 때문에 대입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 본다면 고교 평준화가 필요하다. 대입 문이 많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수능성적등급이 아닌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수시모집 비율이 높아지고 지역균형선발, 입학사정관제 등 입학전형이 다양해졌다. 실제 상위권 학생 그룹은 내신을 위해 평준화가 유리한 측면이 많다. 현재 양산지역 학생 90% 정도가 정시가 아닌 수시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략적인 차원에서도 평준화가 좋다.


해마다 본교에 웅상지역 학생 60~70명이 진학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더 편리해지면 지리적 어려움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또 지역대학과 연계해 직업양성반을 편성해 운영하면 학업분위기 또한 크게 흐트러짐 없을 것이다.



“주입식, 암기식 교육 강조되는
입시, 중학생에게 더는 필요없어”


정영환 신주중학교장


‘블랙스완 현상’이라고 들어보았나. 주입식, 암기식 교육을 통해 ‘백조는 희다’라고 알고 있던 학생들이 검은 백조를 보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학습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적응하는 학생을 길러내는 교육이 중요한 시대다. 입시란 결국 단답형,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ㆍ중학생에게 더는 불필요한 제도다.


직장 역시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지 않았나. 4~5번씩 직장을 옮겨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속에서 자신의 적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그 다음이 대입이고, 그래서 목표를 향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융합인재교육, 스마트교육 등으로 가는 것이 시대 흐름이다.



“평준화 지역에서 대입에 좋은
결과 내는 학교가 진짜 명문고”


심명순 범어중학부모회장


내 아이가 지금 중학교 3학년이다. 진학할 고교를 선택해야 하는데 흔히들 얘기하는 명문고, 우수고 기준을 모르겠다.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진학해 좋은 대학에 많이 가면 명문고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준화를 통해 학생들이 고루 분포해 있는 조건에서 대입에 좋은 결과를 내는 학교가 진짜 명문고다. 학부모 입장에서 정말 내 아이를 얼마나 잘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평준화 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됐으면 한다.


학교 서열화로 신설학교가 서열 제일 아래에 놓이게 된다. 때문에 신설학교는 학업분위기를 만들기도 어렵고, 대입에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어느 학교 다닌다’는 얘기에 우쭐해 하거나 주눅 드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는 교육환경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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