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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고치고 또 고치기..
오피니언

[교단일기] 고치고 또 고치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09/23 10:46 수정 2014.09.23 11:38




 
↑↑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자기소개서는 학생부 종합전형이라 불리는 전형의 한 요소다. 지난해까지 입학사정관전형이었던 학생부 종합전형에 지원하는 아이들은 수능시험 성적보다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면접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은 힘들다.

제한된 내용과 분량을 요구하는 질문에서 자신을 잘 드러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기소개서 쓰는 것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자기소개서를 써야 할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아이들을 불러놓고 강조한 자기소개서 쓰기 원칙은 ‘고치고 또 고치기’였다. 대단한 비법이라도 얻을 줄 알고 왔던 몇몇 아이들은 실망한 표정이 바로 나타났다. 시간도 없는데 불러놓고 하는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쓰라는 것도 아닌, 고작 고치고 또 고치라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한 시간 정도 자기소개서 쓰기에 대한 원칙과 사례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자기소개서 쓰기를 시작했다. 첨삭하는 시간, 어떤 아이는 자신이 완벽하게 잘 써 왔는데 꼬투리를 잡는다고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쓸 내용이 없다면서 내용을 마련할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업과 여러 가지 업무로 바빠서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예민해 있는 아이들에게 잘못을 지적해서 고치라는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내용을 지적할 수 있는 아이들은 내용이라도 어느 정도 담겨 있어 지도할 수 있지만, 아예 처음부터 내용 없이 써 달라고 무작정 떼를 쓰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아이들의 글을 수시로 읽고 지적해서 고쳐오라고 했다. 아이들 또한 고친 것을 또 들고 와서 의견을 들었다. 나는 읽고 또 읽고, 아이들은 쓰고 또 쓰면서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했다. 자기소개서 쓰기는 여러 가지 점에서 많은 의미가 있었다.

글을 쓰는 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이 시작했던 아이들은 글쓰기 단계별로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배울 수 있었다. 아이들은 머리로 생각한 것을 글로 표현하는 중요성은 물론, 어떤 일을 잘하기 위해서 그 일을 충분히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자기소개서가 요구하는 대답도 대부분 학교생활에서 어떤 일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가를 묻는 것이라 아이들의 깨달음과도 일치하는 것 같았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매우 힘들었다. 이들의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도 문제였지만, 자신의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드러나게 하도록 지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자기소개서는 오로지 대학에 합격하기만을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느꼈다. 그래서 절대적인 관점이나 기준을 벗어나 삶이 그러하듯 이 과정 역시 뭔가를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고치고 또 고치라’고 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삶을 바라보고 그 시점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글로써 자기소개서가 의미 있게 남아 있기를 바란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이들에게 자기소개서가 눈앞의 현실을 적는 것이 아닌, 인생의 흐름 속을 생각하는 것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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