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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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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장수 선양사업 의미 크지만
일회성, 전시성 그쳐선 안 돼
양산 관광테마로 삼아
지속적으로 개발 파급하고
시민 가슴속에 각인시켜야
해마다 10월 초가 되면 600년 전 나라를 호령했던 맹장(猛將)들이 다시 살아난다. 삼형제 장수 이징석, 징옥, 징규가 그들이다. 하북면 영축산 자락에서 태어나 조선 초기 나라를 위해 무예를 헌공했던 그들이 있어 마을 이름도 삼수리(三帥里)다.
매년 10월 초 열리는 삽량문화축전의 역사 아이템이 된지 몇 년째다. 한동안 신라 때 충신 박제상 공이 양산 역사의 아이콘이었는데 울산시에 역사관광 테마를 뺏긴 이후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찾아온 문화계가 적극 추천한 결과다.
삼장수 중에서도 차남인 이징옥의 한국사에서 위치는 두드러진다. 현대 한국사에서 한동안 반란 역도로 치부됐던 이징옥 장군에 대한 역사학자 평가는 상당 부분 개선됐다. 이제는 오히려 구국과 의리의 무인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이징옥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조선 초 6대 임금인 어린 단종을 폐하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의 계유정란(癸酉靖亂)으로 비롯됐다. 이징옥은 17세에 무과 급제해 김종서 장군 휘하에서 국경지대인 사군육진 개척에 큰 공을 세우고 여진족 토벌에 앞장선다. 왕권을 둘러싼 암투 속에 김종서 장군이 수양대군(나중에 세조가 된다)에게 피살되고 심복인 자신에게도 위협이 가해지자 이에 반발해 여진족 지원을 받아 난을 일으켰다가 죽임을 당한다.
이징옥의 형과 아우도 모두 17세에 무과 급제해 종1품 또는 종2품이라는 무인으로서 최고 지위에 오르면서 나라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의 아버지 이전생은 고려 말 사람으로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세운 개국공신의 한 사람이었다. 이전생이 죽었을 때 세종은 양산부원군(梁山府院君)이라는 시호를 내렸는데 이로써 양산 이씨의 시조가 됐다.
삼장수가 태어난 곳, 즉 생가는 하북면 삼수리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삼장수의 아비인 이전생이 이곳에 정착한 지 600년이 지났지만 생가 터는 아직도 초라한 채로 보존되고 있다.
또한 삼장수가 이곳에 살던 동안 주위 이야기거리가 됐던 여러 장소와 설화가 구전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장군샘, 갑옷바위, 황소대, 도마교 등 설화에 등장하는 이름이 아직도 주변에 남아있고, 동면 금정산 도입에 있는 금봉탕이라는 곳에 음각된 인물이 이징규 장군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수년 전에는 한 소설가에 의해 이징옥 장군 북벌 활약을 담은 3부작 소설이 출간되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지역 향토사학계에서는 진작부터 삼장수 설화의 학술적 정리 필요성을 제안하기에 이르렀고, 생가 주변 성역화를 요구해왔던 것이다.
다행히 양산시에서도 민선 5기 나동연 시장 취임 이후 삼장수 설화의 지역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매년 가을 전통문화축제인 삽량문화축전 테마로 채택하고 본격적인 아이템 개발에 나선 결과, 2012년 ‘삼장수 기상춤’을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삼장수 밥상’을 개발해 홍보와 보급에 나섰다. 또 삼장수를 테마로 하는 연극 공연을 한 데 이어 올해는 지역 예술인이 만든 창작 뮤지컬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뒤늦게나마 새로운 역사 인물을 발굴해 후손에게 정신문화 선양을 하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삼장수와 관련한 일련의 프로젝트를 보면서 그 진정성과 구체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됨은 어쩔 수 없다. 삼장수 기상춤과 삼장수 밥상의 기획력은 돋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지역 역사를 테마로 하는 관광상품으로 발전하려면 치밀한 전략과 지속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학술대회도 관련학자나 공무원만의 의례적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평범한 일반 시민이 그들의 자랑스러운 선조로 숭모할 수 있어야 한다. 울산시가 선조들 중 역사적 인물 3인에 대한 책자를 발간하면서 우리 지역 출신인 박제상 공을 포함시킨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와 더불어 지역 예술가들이 삼장수 기념품을 창작해내고 그것이 관광지 기념품 판매대를 채우는 한편, 생가를 비롯한 설화의 현장마다 삼장수 숨결이 느껴지도록 체계적으로 유적지를 조성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또 삼장수 춤을 만들었으면 최소한 시청 공무원이라도 매일 아침 단체 체조를 통해 일반에 파급시켜 나가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문화축제 기간에 ‘반짝’하고 만다면 양산의 역사적 아이콘으로 키워나갈 생각을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