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상지역 응급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지역 유일 응급의료기관인 조은현대병원 부도로 응급실 운영이 중단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야간ㆍ휴일 진료병원 운영,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처 확대 등 몇 가지 대안이 제시됐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보다 못한 웅상주민이 응급의료 정상화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쳐 지역 정치인들에게 호소했지만 대답없는 메아리에 그쳤다.
10개월이 지난 현재 응급의료 문제가 어떻게 되고 있을까? 부도 이후 조은현대병원 상황과 대안으로 제시됐던 소아응급실 운영 문제, 그리고 서명운동 이후 주민 움직임까지 살펴봤다.
지난달 26일 조은현대병원 2차 경매도 결국 유찰됐다. 경매가격이 1차보다 20% 하락한 138억원으로 진행됐지만, 응찰 희망자들의 구미를 당기지는 못했다. 3차 경매는 이달 23일 예정으로 경매가격은 110억원이다.
조은현대병원 경매 거듭 유찰
인수합병 무게 두고 논의 중
병원 관계자는 물론 지역에서도 경매보다는 인수합병(M&A)이 진행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거듭되는 유찰로 경매가격이 하락되면 채권자 손실도 늘어나고, 특히 병원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최대 채권자인 ㄱ은행 역시 더는 경매처분을 원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현재 서울과 창원지역 병원 두 곳에서 조은현대병원과 인수합병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달 초 원활한 합의가 이뤄지면 3차 경매 없이 인수합병으로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매인지 인수합병인지 결정이 되지 않았고 이후 법적 정리 과정을 거치면 병원 정상운영이 언제 가능할지 미지수라 웅상지역 응급의료 공백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소아응급실 현실적 어려움
“예산ㆍ시설 갖춰도 인력수급이 문제”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소아응급실 운영 여부다. 앞서 명성의원 24시간 야간진료로 한시름 놓는가 했지만 운영 한 달 만에 다시 문을 닫았고, 야간진료까지 계획했던 지역 급성기병원이 폐업 수순을 밟으면서 웅상 응급의료 공백 사태는 그야말로 미궁으로 빠졌다.
조은현대병원 부도 초기부터 꾸준히 거론됐던 곳이 바로 아이조은아동병원의 소아 야간진료 여부였다. 소아 응급 문제만 해결돼도 급한 불은 끌 수 있다는 논리였다. 최근에는 박인 경남도의원이 도정질의를 통해 아이조은병원을 직접 언급하며 예산지원, 의료진 파견 등을 경남도에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조은아동병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이조은아동병원 관계자는 “야간응급진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 월 5천만원, 인력 23명이 더 필요하다. 방사선과, 임상병리과, 원무과, 주사실, 병동 증설 등 새로 개설돼야 하는 과도 많다”며 “하지만 예산과 시설이 갖춰진다고 해도 인력수급이 문제다.
현재도 이직이 잦은 상황에서 주말 근무에 야간 근무까지 병행해야 한다면 근무를 기피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설명했다.
서명운동 이후 웅상주민 불안 여전
국민신문고에 청원 글 릴레이 게재
하지만 주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구급차를 타고 타지로 이송되는 응급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라며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공백기간이 너무 길다.
그래서 지난 4월부터 응급의료시설 부활을 촉구하는 범시민 서명운동을 펼쳐왔다. 이후 지역 정치인들에게 ‘웅상을 사랑하는 주민 5천명의 목소리’라는 이름의 청원서를 전달했다. 또 지난달에는 ‘응급의료 부재 문제를 공론화시켜 대화해 보자’는 의견을 보냈지만 지역정치인 대부분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서명운동 불씨가 시작된 온라인 카페 운영진은 “서명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지금 당장 병원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단지 주민이 이렇게 불안해하고 있으니 구체적인 응급실 부활 방안과 의료공백 대책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여전히 특별한 대책 없이 그저 조은현대병원 매각만 기다리고 있어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서명운동을 시작한 온라인 카페 회원들은 이제 양산시가 아닌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릴레이 형태로 국민신문고에 청원 글을 올리며 응급의료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100여명의 주민이 참여했고, 앞으로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