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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책 선택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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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책 선택의 어려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10/07 09:47 수정 2014.10.07 09:47



 
↑↑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매일 늦게 퇴근하다 어느 날 일찍 퇴근하면 저녁을 준비하는 것을 보게 되는 때가 있다. 아내는 매일 저녁을 준비하면서도 ‘오늘은 또 뭘 해먹지?’ 라고 고민하는 말을 한다. 대개는 오늘 저녁은 뭐라고 하면서 정해놓은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식구들의 의견을 묻는 경우도 있다.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가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우리의 사소하지만은 않은 일상일 것 같다.

밥을 먹으면서도 ‘무얼 먹을 것인가’가 문제이듯 매일 책을 읽으면서도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가 늘 문제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가 뭐 그리 큰 문제냐고 누군가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일생은 물론이고 역사마저 바꿀 수도 있는 일이란 것을 알게 된다면 그런 반문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또 학교와 독서 단체에서 필독 도서 목록이나 권장 도서 목록을 제공하는 것을 봐도 책 선택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며칠 전 둘째 아이가 갑자기 책을 읽고 싶단다. 아침 시간에 읽으면 좋을 책을 골라주면 좋겠다고 해서 함께 서점에 갔다. 대형 서점이라 다양한 책들이 많았다. 어떤 책이 좋을지 의논하며 이리저리 둘러보며 책들을 훑어보았지만 책을 선택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책의 내용이 아이의 흥미나 수준에 맞는가를 고려하면서 적절한 책을 찾아야 했는데 너무 많은 책 앞에서 마치 길을 잃은 듯 헤매기 시작했다.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여서 결국 아이에게 선택을 맡기고 말았다. 아이에게 어떤 책을 추천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하지 않고 책을 읽겠다는 말이 너무 기특해서 무작정 서점에 가서 책을 선택하겠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떤 책을 사겠다고 작정하고 서점에 가서도 책을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미리 잘 살펴보고 갔어야 했는데 결국 아이에게 책을 골라주지 못해 미안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진부하게만 들리지 않는 것은 어떤 책을 읽는가가 앞으로의 독서 방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선택했다가 독서와 한동안 멀어진 경우도 있었고, 어른이 돼서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우는 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였다.

어떤 책들이 있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짧은 시간에 이리저리 훑어보고 책을 선택하다 보니 자신의 독서능력과 맞지 않는 책을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책에 대한 정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이나 TV를 비롯한 여러 가지 매체를 활용해서 얻을 수 있다.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서평이나 독자들의 평가까지 살피면서 볼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나에게 적합한 책인가를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성장 과정은 비슷하기에 어린 시절 경험을 되새겨 보고 그 시절의 나를 불러내 아이와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선택해서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눠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른은 성장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어느 때에 어떤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정보를 잘 알고 있다. 그런 정보를 책 선택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아이에게 권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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