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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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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런 장면이 시작된 것 같다. 축하의 말도, 위로의 말도 그 어느 쪽도 적절하지 않을 것 같은 장면이다. 뭐, 시원하게 합격한 아이에게는 축하한다고 환하게 말하고, 떨어진 아이에게는 무슨 말이든 위로의 말을 하면 될 게 아니냐고 마음속으로 숱하게 생각하며 교실에 가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축하한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반대쪽을 보고 있노라면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나는 수업시간 내내 입시 결과 발표와 관련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먼저 말을 걸어 올 때를 기다려야만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실패를 경험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안쓰럽다. 열심히 했는데 무엇 때문에 불합격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대학을 찾아보기란 어려워 답답하기도 하다.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대학 측에서는 친절한 설명이 없다. 아이들은 한동안 실의에 빠져 생기를 잃는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마음이 아팠다. 미안하기도 했다.
대학입시는 어쩌면 인생에서 처음으로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시기가 될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패하지 않고 한 번에 합격하면 더 좋겠지만, 긴 인생에서 성공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누구에게나 실패는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처음 당하는 일에서는 그렇게 되기란 쉽지 않은 것을 해마다 아이들을 보면서 알 수 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이란 참으로 어렵다. 의기소침해지고 기가 꺾여 다시 시작하기 위한 의지를 북돋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으로 자신을 아는 것으로부터 깨달을 수 있는 겸손을 통해 절실한 목표로 이어져 동기유발이 될 수만 있다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처음으로 실패를 경험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러한 극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승자독식 사회라서 그런지 학교와 사회는 성공한 아이들에게만 갈채를 보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소위 일류대라고 하면서 이름난 대학에 합격했다고 학교 대문에 써 부쳐놓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실망스럽다. 비록 실패했지만, 자신을 위해서 꾸준히 노력한 아이들에게도 수고했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노력해보자고 말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