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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간 내리던 가을비가 거치고 토곡산 빛깔이 그윽해진 지난 23일, 작은 시골학교 화제초가 왁자지껄하다. 한 손에 가위를 들고, 장화를 신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운동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 여름 전교생이 함께 심은 모가 바람과 햇빛에 누렇게 영글어 거둬들일 때가 된 것이다. 먼저 교장선생님의 벼베기 시범이 시작됐다. 낫으로 쓱쓱 벼 밑단을 베어내자 둘러서서 보던 아이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곧이어 아이들이 벼베기를 시작했다. 낫 대신 들고 온 가위로 벼를 한 웅큼 쥐고 베어냈다. 낟알 껍질을 손톱으로 벗기고 흰 쌀알을 먹는 아이도 눈에 띄었다.
왁자지껄 벼베기가 끝나고 급식소로 향했다. 저마다 뿌듯한 표정으로 쌀밥을 바라보며 ‘꿀맛’을 음미했다.
이종락 교장은 “우리가 늘 먹는 밥이 얼마나 많은 손을 거쳐 우리 밥상까지 오는지 아이들 스스로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시간이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