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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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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시절 초등학교는 폐교로 건물만 남아 있다. 그 학교는 첫 졸업생이었던 큰아버지를 비롯해서 폐교될 때까지 조카가 다녔다. 가족은 물론이고 온 동네 사람들의 삶이 성장했던 소중한 곳이었다. 그러다가 농어촌 학교 통폐합 정책에 따라 폐교해 건물만 남았다.
가끔 지나다가 들러볼 때면 학교에 다녔던 그 시절이 떠올라 추억에 잠긴다. 학교가 없어진 후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삶이 사라진 느낌으로 허전하다고 했다. 학교는 지역민에게 그런 곳이었다. 석계에 산업단지 조성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떠오르는 일이었다.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한 것 같다. 맹모삼천지교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학교 주변 환경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환경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알았던 현인은 학교를 가장 좋은 곳에 지으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공기 좋고 물 맑으며 산의 좋은 정기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으려 했던 것에서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교가는 대부분 어떤 산의 정기를 받고 어떤 강이 흐르는 곳이라고 하는 가사가 들어 있는 것을 보면 학교의 자연적 환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석계에 산업공단이 들어서면 예전부터 있었던 학교의 환경은 어떻게 변하고, 아이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 학부모들이 오랜 시간 동안 걱정했었던 것을 들어서 알 수 있었다. 학교의 환경이 미세먼지를 비롯한 보이지 않는 위험이 상존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인식은 걱정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산업공단 조성으로 인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아이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학부모의 이러한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 학부모들은 그동안 단순히 당장에 내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환경만을 생각하며 말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궁극적으로는 환경과 삶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왔던 것이다.
학교와 학교를 둘러싼 환경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그동안 제대로 관심이 있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말하면서 늘 입시성적에 기대 교육의 결과만을 따져본 사람에게는 교육이 이뤄지는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교육이 이뤄지는 과정을 눈여겨본다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럴 때 환경이란 단순히 학교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적인 환경은 물론이고 인문적인 환경까지를 생각하게 된다.
석계 산업공단이 들어서면 ‘천성산 어린 정기 한몸에 받으며, 천성산 품에 안긴 우뚝 선 모교’로 시작하는 양주중학교는 당장 어떻게 될까 걱정이다. 어른이 좀 더 지혜를 모아 아이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뛰놀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