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다. 이대로 가다간 무상급식ㆍ누리과정이 동반 파행으로 양산교육에 대혼란이 예상된다. 경남도는 무상급식 지원비를 편성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경남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3.9개월분 편성하는데 그쳤다.
문제는 이 같은 논란에 정치적 해석과 색깔론이 덧칠돼 본질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상급식 갈등이 왜 시작됐으며, 누리과정 예산이 정확히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편을 갈라 맹비난만 쏟아내고 있다.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논란 핵심과 두 기관 입장을 정리해 봤다.
무상급식 갈등 시작은 ‘학교감사’에서 출발했다.
경남도는 지난달 22일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무상급식 지원금 사용실태에 대해 특정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식품비’ 명목으로 지원하고 있는 무상급식비를 급식소 가스비와 조리원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 감사 이유다. 이에 경남지역 90개 초ㆍ중ㆍ고교에 대해 직접 특정감사를 진행하겠다는 것. 여기에 양산지역 학교로 범어고, 신주중, 범어중, 대운초, 삽량초, 성산초, 신양초 등 모두 7개 학교가 포함돼 있다.
또한 <경남도 학교급식 지원 조례>를 근거로 경남도지사가 지원하고 있는 급식경비가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지도ㆍ감독할 권한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남도교육청은 사전 협의도 없이 교육감 소속 일선학교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감사 이유로 내세운 ‘무상급식비 목적 외 용도 사용’ 주장도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학교급식법 제8조 및 시행령 제9조>에 따르면 급식운영비는 ‘급식시설ㆍ종사자 인건비ㆍ연료비 등 경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급식소 전기ㆍ가스료 사용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또한 만약 경남도가 굳이 무상급식 지원금을 순수 식품비만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면 도교육청과 협의하면 되는 문제로, 마치 학교에 부정이 있는 것처럼 특정감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무상급식, 지원비 용처 놓고 입장차
경남도 “식품비 외 예산 사용 안 돼”
도교육청 “법에 규정된 적법한 사용”
‘감사 하겠다, 감사 못 받겠다’는 두 기관 간 입장차는 결국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고, 급기야 경남도가 지난 3일 무상급식 지원금 중단을 선언했다. 같은 날 양산시는 경남 시ㆍ군 가운데 가장 먼저 ‘경남도가 예산편성을 하지 않으면 양산시도 따르겠다’는 브리핑을 하며 경남도 입장을 지지했다.
이후 무상급식은 정치권 싸움으로 치달았다. 4일 경남도의회 정례회에서 야당은 홍준표 도지사를, 여당은 박종훈 교육감을 비판했다. SNS상에서도 ‘좌파 무상파티에 더는 동참할 수 없다’는 홍 지사 주장이 회자됐고, 교육계와 시민사회 단체들이 서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앞다퉈 진행했다.
더욱이 경남도교육청이 내년 예산에 경남도와 시ㆍ군청 예산이 지원된다는 전제 로 무상급식 식품비 1천286억원을 편성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두 기관 자존심 싸움이 지원금 중단까지
정치적 해석, 색깔론 덧칠돼 본질 잃어
시민 “무상급식 본 취지 생각해라” 당부
무상급식으로 정치이득을 얻으려 해서도 색깔론을 입혀서도 안 된다고 주장하는 학부모 최아무개(45, 서창동) 씨는 “무상급식은 애초부터 저소득층 학생이 학교에서 눈치 보지 않고 급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취지인데, 무상급식 중단으로 기존처럼 저소득층에게만 급식비를 지원한다면 차별적인 비교육 환경이 또다시 조성된다”고 무상급식 중단을 우려했다.
이어 “위법이든 아니든 예산을 지원하면 제대로 쓰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기에, 학생을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할 도교육청은 자존심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경남도와 합동 감사를 실시하는 방안 등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누리과정 논란 핵심은 ‘예산부족’
도교육청 내년 3.9개월분은 편성
몇 달 후 또다시 중단 위기 놓여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무상급식 논란 훨씬 이전부터 시끌시끌했다. 누리과정 핵심은 ‘예산부족’이다. 교육계는 열악한 지방교육재정에 정부가 복지예산까지 떠넘겼다고 주장했고, 정부는 교육감들이 합의된 사안을 일방적으로 뒤집고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고 맞섰다.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보육ㆍ교육 공통과정이다. 지금까지는 자치단체(양산시)가 어린이집을, 교육청(양산교육지원청)이 유치원에 대한 누리과정을 지원해 왔는데, 내년부터는 누리과정 예산 모두를 교육청이 부담하는 것으로 정부방침이 정해졌다.
이에 시ㆍ도교육감들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 불가방침을 세웠고, 경기도교육청이 가장 먼저 누리과정 예산 ‘0’원을 선언했다. 하지만 보육대란을 우려해 경남도교육청은 3.9개월분에 해당하는 예산 491억원을 편성했다. 재정 상황에 따라 다른 지역도 1~7개월분을 편성했지만, 전액을 편성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
결국 몇 달 분에 불과한 예산이 소진되면 또다시 중단 위기에 몰리게 된다. 당장 보육대란은 피했지만, 무상보육은 국가가 책임지라는 교육감 입장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누리과정 보육료 22만원 학부모 부담돼
만 0~2세 어린이집 무상보육료는 제외
교사비, 운영비 등 어린이집 떠안게 돼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거듭되는 기관 간 갈등으로 인해 정부가 약속한 무상보육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누리과정 예산은 말 그대로 누리과정에만 해당된다. 다시 말해 만 0~2세 아이 보육료와는 상관없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아이 대상이다. 예산은 누리과정 담임교사 처우개선비(30만원), 누리과정 운영비(원아 1인당 평균 5만원), 그리고 누리과정 보육료(원아 1인당 22만원)로 나뉜다. 이 가운데 누리과정 보육료가 학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는 보육료에 포함된 금액이다.
학부모는 아이사랑카드를 통해 이 지원금을 받아 어린이집을 이용할 때 결제하도록 돼 있다. 경남도교육청이 편성한 3.9개월을 뺀 8개월이면 176만원으로, 일반가정 기준으로 볼 때 적잖이 부담되는 금액이다.
어린이집 운영자 부담도 상당하다. 의무 공통과정으로 만들어 놓은 누리과정은 반드시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육료를 학부모 수익자 부담으로 한다 하더라도, 교사처우개선비나 운영비는 어린이집에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교재ㆍ교구와 교육 질 등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 박아무개(35, 물금읍) 씨는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부처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어떤 형태로든 예산은 지원될 것이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받고는 다소 안심했었다”며 “하지만 고작 3.9개월 예산편성은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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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교육희망 “아이들 밥상 걷어차다니… 학부모 이름으로 경고한다”
양산지역 학부모ㆍ교육단체 연대, 규탄 기자회견
양산지역 학부모가 단단히 뿔났다. 홍준표 도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선언에 나동연 시장이 가장 발 빠르게 동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양산지역 학부모들로 구성된 양산교육희망(회장 박소연)이 지난 10일 ‘무상급식 지원중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홍준표 도지사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학교급식에 대한 입장을 번복해 왔다”며 “더욱이 원칙없는 도지사 선언에 나동연 양산시장은 가장 발 빠르게 동조하며 학교급식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나섰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렇게 중차대한 결정을 급식 직접적 수혜자인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단 한 번 상의도 없이 일방적이고 독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며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급식을 하는데 누구 맘대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가”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도지사와 시장의 ‘감사 없인 예산 없다’는 발언에 대해 ‘경남도민 없인 도지사 없고, 양산시민 없는 시장 없다’고 말하고자 한다”며 “지원 중단을 선언 정도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 한다면 우리는 이들에게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산교육희망은 양산지역 학부모 30여명으로 구성된 교육단체로, 지난해 11월 창립했다.
박소연 회장은 “그동안 선거에 투표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정치ㆍ사회적 의견을 내 본 적 없는 학부모들이 아이까지 안고 나와 기자회견이라는 엄청난 일을 벌일 때는 그만큼 화가 났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학교급식은 선택이 아닌 의무교육이라는 사실을 꼭 알아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