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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수능 이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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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수능 이후의 시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11/18 10:08 수정 2014.11.18 10:07



 
↑↑ 유병준
물금고등학교 교사
 
수능이 끝나고 가채점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답이 없다. 모두가 다 수능을 친 것은 아니라서 꼭 수능이 필요한 아이만 불러서 물었더니, 한동안 말 없는 대화만 했다. 수능 전날까지도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자습을 했던 너무나도 성실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결과를 묻기가 더 힘이 든다.

지원한 대학의 수능 최저 기준은 다행히 맞출 수 있을 것이란다.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실망스럽다는 말에 수능 점수를 절대화해서 생각하지 말고 진학할 대학에 가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더욱 현명하리라는 말을 했다.

해마다 수능 이후 세상을 바라보면 기시감을 느끼면서 별로 새로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수능 후에는 원하던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에 살았지만 정작 닥쳐서 보면 꼭 그렇지도 않고 오히려 실망스러운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을 유예하면서 살았다. 대학에 가면 하고 싶은 것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참고 공부만 하라는 말을 들으며 그대로 따랐다. 그래서 수능 이후에는 유예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수능 이후 세상이 자신들이 기대한 것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란 걸 진작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수능 결과로 절대화하지 않고 나름의 삶을 개척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애초에 남들보다 점수를 더 받아서 갈 수 있는 대학을 포기하고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나 능력에 맞는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상은 이런 친구를 가끔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모두가 다 하는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누구나 다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을 버리고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가는 것을 보면 그동안 안전한 길로만 안내하려던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한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건 위험한 일인가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일상마저 규격화되고 정형화해 가는 것 같은 삶에서 자신이 원하는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수능시험과 같은 어떤 대가를 내야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학교생활의 일탈이라고까지 느껴질 정도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을 바라보면 불안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삶의 정상성을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려는 태도를 보면 많은 부분에서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도 수능을 거부하는 소수의 아이가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 수능을 거부한 아이들이 뉴스로 보도된 것은 소수이지만,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수능을 거부한 아이들이 더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수능만을 절대화해서 수능 이후 생기는 문제에서만 교육을 바라보지 말고 삶의 연속성 속에서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아무튼 아이들이 수능 이후 졸업까지의 시간을 자신을 위해서 잘 활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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