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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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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두 다리가 겨우 서 있거나
외로운 이 둘이 서 있어 외롭거나
활활 타올라 하늘에 이르고 싶은
시간의 심지에
이루지 못한 꿈들이 뽑혀 나와
제 몸에 불지르며 소신공양하는
해거름
한 살이 마치고 때가 되어 돌아가는 길목
더러는
한 계절 때늦어 돌아 못가는 발길
눈물겹다
앓다 지친 잎
거울 속 천 길 낭떠러지
절벽 앞에서 숨 놓아 버린
잎 잎 잎
꿈 꿈 꿈
권천학 시인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백제테마 연작시집 ‘청동거울 속의 하늘’과 나무테마 연작시집 ‘나는 아직 사과씨 속에 있다’, ‘초록비타민의 서러움, 혹은’, ‘노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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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 미처 감지하지 못한 11월의 빛깔이 마음속에서 더욱 짙어집니다. 밤 자고 나면 수북이 쌓이는 낙엽, 그와 유사한 ‘탈모’ 현상. 이렇게 자연의 풍경을 되돌아보게 될 때면 생이 참으로 ‘눈물겹’게 느껴집니다.
때로 달력에 쓰여진 숫자 11이 ‘두 다리가 겨우 서 있거나/ 외로운 이 둘이 서 있어 외’로운 우리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앓다 지친 잎’이 ‘천 길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듯 외롭고 절망스런 심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결코 회오에 젖어있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 몸에 불지르며 소신공양하는’ 나무들처럼, 내 안의 관념이나 욕망을 버리고, 타인과 소통하려 애쓴다면, ‘때늦어 돌아 못가는 발길’이 아니라, 아직 늦지 않은 혹은 나아가는 발길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한 글자로 쓰여진 ‘잎’과 ‘꿈’이 ‘ 잎잎’이나 ‘꿈꿈’으로 다시 쓰여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