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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정상부를 답사한 환경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산지환경에서 안개비로 만들어진 고원습지라는 흔치 않은 유형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인데, 군부대가 훼손한 천성산 정상을 복원하면 세계가 주목할 만한 가치를 가진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2일 양산시가 주최한 천성산 산림복원 사업 토론회에 자연지리학 박사이자 한국교원대 지질학과 명예교수인 오경섭 교수를 비롯한 한국습지NGO네트워크 박중록 운영위원장, 서ㆍ남해환경센터 차인환 연구원, 습지ㆍDMZ 배귀재 위원, (사)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김봉옥 사무총장과 김명근 이사, 환경운동가 지율스님 등 습지환경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오경섭 교수는 발제를 통해 천성산 정상부가 고원습지로서 대단히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는 “만년설이 없는 1천m 고도에서 안개비 현상으로 고원습지가 빈도 높게 발달한 지역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천성산 정상부와 능선대에 빈도 높게 분포돼 있는 고원습지는 그 자체가 천연 물 저장고로, 자연상태 그대로 복원한다면 세계가 주목할 만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원습지는 하천과 해안습지와는 달리 약간의 인간 간섭으로도 쉽게 훼손될 수 있다”며 “하지만 훼손됐다 하더라도 회복 불가능한 정도가 아니면 자연 스스로 힘으로 쉽게 복원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천성산 복원사업을 자연복원력 극대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중록 위원장은 “우리나라 생태역사를 다시 쓸 천성산인 만큼 생태복원을 통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를 지키면서도 사람들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답안을 양산시가 찾아주길 바란다”며 “등산객 등 이용객 통행으로부터 습지를 지키고 토양 유출을 막기 위해 펜스나 로프를 통해 유인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봉옥 사무총장은 “이미 폐기물이 다량 묻혀있고 콘크리트 구조물이 곳곳에 남아 있는 등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에서 무조건 자연상태 그대로 두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철거작업과 함께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수로를 분산시켜 정상부 곳곳으로 물이 퍼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지율 스님은 “우리나라 람사 1호로 지정된 대암산 용늪의 경우 지정 면적이 7천490㎡에 불과하지만 용늪 복원을 위해 환경부는 26억원을 투자했고 또 수십억원 이전비용을 부담해 군부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천성산 화엄늪은 7만5천㎡에 이르고 복원대상인 천성산 정상부 습지 면적은 최소 5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 두 지역이 연계된다면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고원습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