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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좌충우돌 채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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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좌충우돌 채식 이야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11/18 10:45 수정 2014.11.18 10:45



 
↑↑ 고세영
희망웅상 홍보분과
 
오랫동안 자연은 인간이 잘 적응해 살 수 있도록 삶의 조건을 마련해줬다. 그러나 우리는 살충제로 농사를 짓고 어마어마한 면적의 숲을 태워 없앤 자리에 성장호르몬으로 가축을 키우며 공장은 수백 가지 화학물질을 쏟아낸다.

마치 지구가 아닌 어디에서라도 살 수 있을 것처럼 생명을 부주의하게 대하고 자연을 파헤치고 오염하며 번성해왔다. 그래서 인류는 삶의 많은 부분에서 그 대가를 치르며 아파하고 있고, 나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서 특별한 계획도 없이 채식을 시작했다. 처음엔 고기를 끊었고 1년여에 걸쳐 생선을 끊은 지 4년쯤 됐다. 그러나 내가 육식을 끊는 과정은 오랫동안 익숙해진 요리습관과 외식습관을 바꿔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나는 ‘네가 먹는 것이 곧 너다’라는 한 철학자의 말에 동의한다. ‘네가 먹는 것’이라는 게 어떻게 길러진 음식재료를 고르느냐부터 그것을 어떻게 요리하느냐 까지를 포함하기에 그야말로 ‘습’과의 전쟁이었다. 길을 가다 끼니때가 돼도 마땅한 먹거리를 찾지 못해 아무거나 먹고 싶은 유혹을 떨치고 배고픔을 이겨내야 했다.

고기나 멸치 육수 대신 무엇으로 요리 밑간을 하고 맛을 내야 할지 고민했다. 사람들과 만나서 식사하는 자리에선 이것저것 먹지 않는 나를 배려하느라 다른 이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내게는 이 모든 것들을 어떤 마음으로 하는가가 중요했다. 이것은 나 자신이나 다른 이를 괴롭히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무책임하게 살아왔던 것에 대한 반성이었으며 지구인으로서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게 폐를 조금 덜 끼치고 함께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이 과정이 어려웠지만 힘들진 않았고, 생각보다 더뎠지만 작은 기쁨도 발견하게 됐다. 갑자기 생긴 볼 일 때문에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하고 집을 나섰는데 가방 안에 있던 사과 한 알이 얼마나 귀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장 보러 간 마트 가공식품 판매대에서 살 물건이 없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분명 몇 해 전에는 장바구니 가득 뭔가를 담았었는데 말이다. 최근에는 화학조미료나 첨가물이 많이 든 음식을 먹고 나면 피부에 반드시 뭐가 나거나 몇 시간 뒤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느낌도 받는다. 아무거나 먹어도 둔하게 알아채지 못하던 내 몸의 감각이 조금씩 깨어나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좌충우돌 중이다. 제철에 갈무리해 놓아야 두고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이것저것 말리다가 곰팡이 슬게 하기 일쑤고, 마당에 작은 텃밭을 어설프게 일궈놓고도 제때 맞춰 씨 뿌리고 보살피는 것에도 서툴고 게으를 때가 많다.

여전히 순간순간 편해지고 싶고 대충 아무거나 먹고 싶은 나의 뿌리 깊은 욕망을 본다. 하지만 그 욕망을 아무렇게나 충족시키지 않음으로써 전보다 조금 더 나 자신을 절제하고 다룰 수 있는 순수한 기쁨도 맛본다. 농부들께서 땀 흘려 길러주신 채소로 정성을 기울여 차린 소박한 밥상으로 오늘도 나는 힘을 얻고 행복해진다.

잎을 떨구고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감나무와 대추나무, 낙엽 위로 구르는 바람 소리, 이른 아침 찬 공기 속에서도 싹을 내 자라고 있는 텃밭의 시금치, 거름통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어주고 있는 온갖 미생물과 지렁이들. 이 모든 자연의 조화로움 앞에 나는 그저 한없이 감사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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