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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 안전한 양산 만들기 주민모임, 화학물질 위험성 알린다
헉! 우리동네에 위험물질이?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4/11/25 10:24 수정 2014.12.01 11:22








공장직원 5명 사망, 소방관 18명 부상, 주민 1만2천243명 병원검진, 농작물 212헥타르 고사, 차량 1천958대 부식, 가축 3천943마리 폐사, 주민보상액 380억원….

2년 전인 2012년 9월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누출사고 피해규모다. 우리나라 화학물질 사고기록에 남을만한 이 엄청난 피해는 관계기관은 물론 사고사업장 조차 불산에 대한 정보나 위험물질 사고대응 매뉴얼이 없는 가운데 일어났다. 

그런데 이 같은 사고가 우리동네에서 일어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모른 채 살 수는 있지만 일단 알고나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바로 우리동네 화학물질 위험성이다.
 
고리원전 사고 발생 때 직접적인 피해지역인 웅상에서 이번에는 화학물질 누출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양산문화수다방’ 97번째 수다꾼으로 안전한 양산 만들기 주민모임 준비위원회(이하 안전한 양산 준비위)가 나섰다.
 
지난 19일 저녁 8시 양산문화수다방에 ‘우리동네 안녕하십니까’를 주제로 한 수다마당이 열렸다.

이날 안전한 양산 준비위 이보은 위원은 “기타 치며 즐겁게 노래 부르고, 박장대소 마음껏 웃기도 하고, 삶의 무게를 내려놓는 수다에 눈물을 훔치기도 하는 ‘양산문화수다방’에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와서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헉! 구미 불산누출사고 당시
주민대피령 내린 사람은 ‘마을이장’


이 위원은 “우리동네에 어떤 유해화학물질이 있으며, 그 물질은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제 모든 주민이 알아야 한다.

또 그 위험물질이 사고로 화재ㆍ폭발ㆍ누출됐을 때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나아가 개인만이 아닌 관계기관은 어떠한 대응 계획을 갖고 있는지도 알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동네 화학물질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회 취지를 밝혔다.

이어 화학물질 유출 사고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발표자로 나선 하제운 위원은 “구미 불산누출사고 당시 주민대피명령을 내린 사람은 환경부 장관도, 구미시장도, 소방청장도 아니다.

바로 마을이장이었다”며 “그렇게 사고 2시간 만에 대피한 주민이 다음날 귀가했지만, 건강이상 증세가 계속 생겨났고 급기야 8일 만에 주민 340명을 다시 대피시켰다.

불산누출이 얼마나 위험한 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2013년 1월에 있었던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누출사건 역시 누출감지 후 24시간 후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노동부에 사고를 보고했다”며 “심지어 누출된 불산을 환풍기를 통해 인근 마을에 내보내기도 했는데, 진상조사 후 주민대책위에서 CCTV 확인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공장 바로 옆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있었다”고 개탄했다.


헉! 위험물 안전관리사
3일 교육받으면 수료증 받는다


특히 복잡한 화학물질 관리체계로 인해 지역주민 알권리가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학물질 종류와 취업사업장 위치에 따라 환경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소방방재청), 고용노동부 등의 부처로 나눠져 사실상 우리동네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 수가 없다는 것.

더욱이 화학물질 취급 허가 후 모든 관리ㆍ감독권은 해당 사업장에게 맡겨진다.

사업장은 ‘위험물 안전관리사’를 두게 돼 있는데, 3일간 강습교육만 받으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에 한 매체가 전국 사업장 1만6천547곳에 대해 취급 화학물질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이 가운데 19.7%인 3천268곳만이 정보를 공개했다. 정보공개 의무가 없으며, 사업상 기밀자료라는 이유에서다.

하 위원은 “공개한 사업장에 대해 양산지역 현황을 살펴보니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해 발암성물질 12종이 검출됐다.

이 가운데 웅상지역 사업장 5곳이 포함돼 있다”며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을 기점으로 반경 2.5km 경계선을 그어보니 공장 인근 마을은 물론 서창ㆍ덕계지역 대부분 마을이 피해지역 안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헉! 웅상지역 사업장에서도
1~2급 발암물질 다량 검출


이 때문에 ‘우리동네 위험물질 지도’ 제작에 주민 힘이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집 옆 공장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지 누구나 손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은 위원은 “웅상지역 노동자의 더 나은 복지를 위한 사업본부에서 지난 2011년 웅상지역 사업장 10곳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 시료를 채취해 녹색병원에 의뢰했고, 그 결과 1~2급 발암성 물질인 벤젠, 시너 등이 60% 이상 검출됐다”며 “앞으로 화학물질 정보공개 청구운동을 통해 지역주민의 화학물질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고, <화학물질 관리와 알권리법 조례> 제정 등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는 주민이 살기 좋은 도시와 절대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기업ㆍ노동자ㆍ주민은 결국 우리동네 구성원으로 작업환경과 생활환경에서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면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서의 도시경쟁력 또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전한 양산 만들기 주민모임이 오는 30일 첫 출발을 알린다. 안전한 양산 준비위는 <화학물질 관리와 알권리법 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발의, ‘우리동네 위험물질 지도’ 제작ㆍ배포 등의 활동을 위해 주민 뜻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한다. 오는 30일 오후 7시 서창시장 내 공감 사무실에서 주민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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