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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시민 부담 정책은 신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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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시민 부담 정책은 신중하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12/02 09:26 수정 2014.12.02 09:25



 
↑↑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연말이 되면 들리는 소식은
들썩거리는 공공요금과
국민건강 위한다는 담뱃값 인상
공론화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국민 외면받아
서민 웃음 주는 소식은 없을까


갑오년 달력이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주말 겨울비가 그치고 나니 매서운 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지만 앙상한 수목과 텅 빈 연못, 공원 벤치에 내려앉은 낙엽이 체감온도를 더욱 떨어뜨린다. 세모(歲暮)는 석양 같은 것이다. 이내 어둠이 찾아올 줄 알지만 바라볼 따름이다.

가슴이 시릴 때 온정은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 구세군이 흔드는 종소리가 그렇듯 있는 자들이 베푸는 도움의 손길은 주변을 훈훈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그런 마음의 사치는 아직 남아있을까.

언제부턴가 이웃돕기 성금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제 연말이 돼도 남을 돌아볼 수 없을 만큼 각박해지고 있는 걸까. 복지는 나라의 의무이니 정부에 맡겨 빈민을 구제하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가 예산 대부분을 복지사업에 할애하고 있는데도 주변에는 헐벗고 굶주린 이웃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보편적 복지 시대에 살면서 왜 우리는 노후를 걱정하는 걸까. 정치인은 왜 이념과 당략에 목숨을 걸면서도 실제로 국민 생활에 필요한 일은 퍼질러 놓고 있는가.

성인 남자의 43%가 피우고 있는 담배, 매년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20대 이상 흡연율이 20%가 넘고 있다. 흡연율이 높은 직종은 노무직, 판매직, 사무직 순이란다. 농ㆍ어민도 21.7%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서민 기호품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얼마 전 정부에서 국민건강을 위한답시고 느닷없이 두 배 가까이 담뱃값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찬반여론이 대두했지만 여야 어느 곳도 공론화를 추진하지 않다가 이번에 전격 합의했다고 한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밀고 당기기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 큰 것 한 건씩 주고받은 것이다.

마치 장사꾼 흥정하듯 결론 낸 이면에는 국민 부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다는 명분이 ‘빛 좋은 개살구’임을 모르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경기 부진으로 줄어든 세금수입을 벌충하기 위함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해를 구했어야 하지 않는가.

양산시 정책 홍보 가운데서는 하수도 요금 인상과 불법 현수막 단속 예고가 눈에 띈다. 하수도 처리 사업 적자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70% 인상률은 가뜩이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서민에게는 공포에 다름 아니다. 물 부족국가에서 물 낭비를 막고 시 재정 적자를 메꿔 보겠다는데 이설이 있겠느냐만 어차피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인상 폭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도 민생 안정에 도움이 될 터이다.

불법 현수막에 대한 단속강화 소식은 서민 생계 부담 가중 측면에서 다소 뜬금없는 지적일지 모르지만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특히 이번 예고에 철거는 물론 과태료 부과와 같은 재정 부담까지 강행할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최근 현수막 범람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교통사고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규모 아파트 분양을 위해 일시적으로 거리에 나붙은 현수막 행렬은 그 물량공세가 장난 아니다.

시 지정 게시판 숫자가 부족하다 보니 자리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다 보니 거리 곳곳에 무분별하게 현수막이 난립하는 것은 분명 단속 필요성이 있다. 문제는 단속기관인 양산시 스스로 법을 어긴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는 것이다.

시 단속강화 계획이 발표된 직후에도 주차 단속을 예고하는 현수막이 지정 게시판이 아닌 도로변에 버젓이 설치돼 있었다. 그것도 하나둘이 아니었다. 이런 현상은 단속 대상자와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시나 관련 단체의 홍보성 현수막은 거리에 나붙어도 괜찮고 민간의 행사안내나 상업용 현수막은 걸리는 즉시 철거하니 돈 들여 내건 측에서는 화가 나는 것이다.

단속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관공서에서도 법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지지는 그들이 차별적인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획득할 수 있다.

시민 생활에 있어 관은 갑(甲)이다. 관이 갑질을 자행하면 시민은 갈 데가 없다. 추운 겨울이 더 춥게 느껴질 것은 뻔하지 않은가. 인체로 느끼는 추위보다 더욱 아픈 것은 마음으로 느끼는 서러움이다. 서민에게 웃음을 주는 정책을 내놓아야 외면받지 않는다. 연말을 맞아 더욱 따뜻한 온정을 주고받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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