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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1억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다고 장담하던 후쿠시마원전도 아무런 예고 없이 폭발해 20여만명이 피난을 떠나야 했다. 절대로 있을 수 없다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수명이 다한 고리 1호기에서 5등급 이상 원전 사고가 나면 양산시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고리원전에서 방사능이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나면 양산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된다. 그러니 30만 양산시민은 직장과 집을 두고 당장 피난을 떠나야 한다. 후쿠시마현 주민들이 아직 삶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듯이 언제 돌아올지 모를 기약 없는 떠남이 될 것이다.
방사능은 어디에나 스며든다. 더구나 누출된 방사성 물질 중에는 최대 100만년까지 사라지지 않는 것도 있다고 한다. 또한, 외부 피폭은 물론 음식섭취를 통한 내부 피폭도 장기적으로 일어난다. 한마디로 모든 사물에 방사능이 묻어 있어 피폭된 지역에선 먹지도 자지도 입지도 못하게 된다.
사고가 나면 자신이 가야 할 대피소가 어디인지를 아는 시민도 없다. 특히, 고리와 근접 거리인 웅상 주민들은 천성산을 넘어 시내로 대피해야 하는데 10만여명이 국도 7호선으로 몰릴 경우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부산시는 20곳, 고리원전 주변은 16곳이나 되는 방사능무인측정기도 양산은 고작 1곳만 설치돼 있다. 피폭자를 치료하는 전담 의료기관은 경상대학병원 1곳만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현재 양산시가 보유하고 있는 갑상선방호약품도 30만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13만정에 불과하다. 프랑스와 스위스는 전 국민이 복용할 양을 비축하고 있고 스웨덴은 반경 150㎞ 이내 주민 전체가 복용할 양을 비축하고 있다. 더구나 그 약품을 보건소에서 보관하고 있어 사고가 나면 시민에게 배분하는 것도 문제이다.
흔히 핵폭탄과 원자력 발전소는 구조가 달라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나 핵폭탄은 의도적으로 터뜨리지 않으면 터지지 않는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는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다. 미국 스리마일과 체르노빌원전 사고도 사람 실수에 의한 사고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53건의 정지사고 중 운전원 실수로 인한 정지사고가 35건이나 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가 난 이후 대만에서는 22만명이 탈핵집회에 참여했다. 물대포를 맞으며 시위를 벌여 거의 준공이 다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잠정 중단시켰다.
헌데, 양산시민은 수명이 다한 고리 1호기 재연장 가동에 이상하리만치 무관심하다. 시민사회단체 또한 웅상포럼을 제외하곤 어느 단체에서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설마 사고가 나랴 하는 마음인 건가.
양산시민이 안전하게 살 자신의 권리에 무관심한 사이, 정부는 슬금슬금 고리원전 재연장 가동을 밀고 갈 것이다.
한관호 기자 hohan12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