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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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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좀 차리고 휴대폰을 살펴보니 아이들로부터 등교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묻는 문자가 여러 통이 와 있고 부모님들과 아이들로부터 계속 전화가 왔다. 이런 연락을 계속 받는 동안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답답했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다행히도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에서 등교 시간을 10시까지로 연장한다는 문자가 왔고, 초등학교도 등교 시간을 늦춘다는 방송이 나왔다.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이런 결정을 했으니 고등학교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그때부터 아이들에게 눈길 조심하고 10시까지 등교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나는 애초에 차를 포기하고 걸어가기로 작정하고 집을 나섰는데 거리는 눈 때문에 난리가 나 있었다. 도로에는 차들이 미끄러워 달리지 못해 정체해 있고 눈길을 걸어 등교하는 학생과 출근하는 어른이 많이 보였다.
새들교를 지나자 여유가 생겨 눈이 왔을 때 풍경을 조금은 즐겁게 느낄 수 있었다. 눈을 맞으며 낭만적 분위기를 느끼면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은 일 년에 한두 번밖에 없는 일이라 즐거웠다.
그러나 학교에 도착하니 또 답답하고 혼란스럽다. 등교하지 못한 아이들과 출근하지 못한 교사들이 있어서 걱정이었다. 카톡이나 밴드를 이용해 조심히 천천히 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몇몇 아이들을 데리고 주차장 눈을 치우러 나갔다.
학교 주차장은 다행히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눈을 치우기가 쉬웠다. 아이들은 눈을 치우다가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다. 눈을 치우다가 아이들이 만든 사람만 한 눈사람을 보니 재미있었다. 어린 시절 눈이 많이 내리던 곳에서 자라 그때 친구들과 눈 오는 날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새롭기까지 했다.
아무튼,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며 눈을 치우니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 중에는 왜 우리가 눈을 치워야 하느냐고 불평을 더러 하기도 했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의 눈을 치워놓으면 누군가 미끄러져 다치는 일 없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으니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굳이 대가를 바라지 말고 그 일을 하는 순간이 즐거우면 좋지 않겠냐고 아이들을 격려하며 눈을 치웠다.
이날 저녁 뉴스를 보니 경남 전역에 폭설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큰 사고가 없어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뭔가 개운치 않은 점이 느껴졌다.
눈이 잘 오지 않는 양산지역이지만 언제부턴가 눈이 한 번이라도 내리면 그야말로 난리가 나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학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데 다른 무엇보다 등교 시간을 늦추거나 임시 휴업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데 보다 빠른 전달 체계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나 부모들은 학교의 공식적인 결정을 알기 전에는 힘들어도 등교를 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과정에서 많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이며 예방 차원으로써 위험에 대처하는 매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이번처럼 폭설이 내리면 자동으로 10시까지 등교한다는 매뉴얼이었으면 더욱 좋겠다. 그러면 위험을 무릅쓰고 길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