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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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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든 갈 것 같은 물렁물렁한 바퀴
무릎은 있으나 물의 몸에는 뼈가 없네 뼈가 없으니
물소리를 맛있게 먹을 때 이(齒)는 감추시게
물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네
미끌미끌한 물의 속살 속으로
물을 열고 들어가 물을 닫고
하나의 돌같이 내 몸이 젖네
귀도 눈도 만지는 손도 혀도 사라지네
물속까지 들어오는 여린 볕처럼 살다 갔으면
물비늘처럼 그대 눈빛에 잠시 어리다 갔으면
내가 예전엔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던
낮고 부드럽고 움직이는 고요
문태준 시인
1970년 경상북도 김천에서 출생. 1995년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 ‘처서(處署)’ 외 9편이 당선돼 등단.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그늘의 발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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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물’ 이미지를 통해 사모(思慕)의 방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체는 있으나 스스로 형태가 없는 ‘미끌미끌한 물의 속살’로 들어가면 ‘귀도 눈도 만지는 손도 혀도 사라지’는,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면서 모든 생명 속에 깃드는 ‘낮고 부드럽고 움직이는 고요’, 그런 물과 같은 마음으로 상대를 공손히 받들어 모시는 애틋하고 지극한 사랑 말입니다.
‘삶이 참 쉽게 마감되는 것이었구나’하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 그래서 그만큼 다짐하게 됩니다. 더 부드럽게 말하고,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애틋해 하겠다고, 그래야 한다고.
같은 시간, 같은 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기에, 적극적으로 타인을 향한 시선을 열어둬야겠다고요.
‘물속까지 들어오는 여린 볕’ 같은 당신을 사모한다는 말, 이보다 더 따뜻한 말이 세상에 또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