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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공직비리 척결과 복지부동..
오피니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공직비리 척결과 복지부동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12/23 09:21 수정 2014.12.23 09:20



 
↑↑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양산시 연말 공직기강대책
특별감찰과 익명신고제 운영
사회 전반에 만연된 비리
척결 노력은 계속돼야지만
복지부동과 소극적 행정으로
시민경제활동 위축될까 우려

개발과 보전이 동전 양면이듯 공직비리 척결과 복지부동(伏地不動)은 서로 대척점에 있다. 정부 수립 60년이 지났지만 국가 경영 3대 축인 입법, 행정, 사법부 전 분야에서 부패의 완전한 척결이 인정된 곳은 없다. 썩은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곳으로 정치인과 공직자를 지목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행정 각 부의 대규모 사업 추진에 빠지지 않고 들러붙어 있는 부정과 비리는 ‘부패공화국’ 오명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안전행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이후 20년 동안 전국의 광역ㆍ기초단체장 102명이 형사처벌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는 그 기간 당선된 단체장 1천230명의 8.3%에 이른다.

지방의회 의원과 공직자 전반의 비리 통계는 빠져있지만, 단체장 비리 규모가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예상 밖이다. 광역단체장보다 기초단체장의 형사처벌 비중이 높은 것은 단지 그 외형적 숫자의 많음이 문제가 아니다. 한 행정학 전문가는 “단체장은 해당 지역에서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민 선택을 받아 자리에 오른 단체장은 그것만으로 무소불위 권한과 재량을 부여받았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겉으로는 ‘부패와의 전쟁’을 강력히 추진함으로써 기관 청렴도를 상승시키는 실적을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기관 스스로 법을 준수하고 주민 삶을 먼저 생각하는 위민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글머리에 언급한 것처럼, 공직비리를 척결하는 것과 복지부동으로 대변되는 소극적인 행정행위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어떤 사람은 공무원 비리를 근절해 기관 청렴도를 올리는 것만이 주민을 위한 길이라고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각종 인허가에 대한 대가, 공금 횡령, 알선과 청탁 등 공직자가 해서는 안 될 행동강령을 위반하지 않도록 자정해 나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한 감시와 예방조치를 확고히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지나친 감시활동 강화가 적극적인 대민지원행정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적극적인 대민행정을 편다는 것은 사실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주민 욕구는 법규에 얽매지 않음이 대부분이다. 사인간 다툼도 단도직입으로 처리하지 못할 일이 많다. 재량이 가능한 행정 처분도 이해관계가 상반될 경우에는 그 집행이 곤란할 수 있다.

목적이 선하다고 해서 편법적인 수단이 합리화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가. 하루에도 수없이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 사안들은 견고한 법규의 잣대로 재단함이 옳은지 그렇지 않으면 합리적인 방향으로 재량을 발휘함이 옳은지 신속한 판단을 요구한다.

지나간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과거 정권교체 시기마다 새로 자리한 정권은 지도층 부패 척결이라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되풀이해 사용해 왔다. 그러다 보니 관료조직에서는 복지부동이라는 대응무기를 개발했다. ‘태풍은 피하고 본다’는 의미의 이 관행은 원칙을 고수하고 재량을 배제함으로써 불필요한 구설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행정 객체인 주민이다. 주민으로 봐서는 뒷거래를 유발하는 비리 척결은 환영할 일이지만 주민 입장에서 활로를 찾아주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향적인 사고 전환이 더욱 절실한 바람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양산시가 공직 특별감찰과 반부패 익명신고시스템을 운영한다고 한다. 해이해지기 쉬운 공직 기강을 바로잡고 주민불편사항과 법질서 위반행위를 집중점검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직 내부 부패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익명신고시스템을 내년 1월부터 본격 운영하기로 했다. 기관 청렴도를 높여 주민 신뢰를 얻겠다는 의지의 구현이겠지만, 혹시라도 소속 공직자 활동을 위축시켜 대민업무의 소극적 대응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보신(保身) 위주 활동이 가뜩이나 침체한 지역 경제를 더욱 얼어붙게 할 우려도 있고, 타 지자체와 비교해 민원업무 처리가 경직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양산시 대민창구가 더 꽁꽁 얼어붙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매를 잡더라도 다른 동물을 다치지 않게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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