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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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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미련과 회한 떨치고
청양의 해 다시 소망한다
국운 상승해 세계 속에 서고
국민의 삶 활기 되찾아
신년 서설처럼 상서롭기를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 기상이 넘치는 말의 해가 가고 화목과 평화의 상징인 양의 해가 다가왔다. 더구나 60년 만에 맞는 청양(靑羊)의 해라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소양마저 더해져 아기를 갖는 부모를 설레게 하고 있다.
태양계 우주이론을 체계화한 과학의 산물인 연대마저 12간지(干支)라는 토속신앙과 결부시켜 새해 기대를 더하게 한 조상의 지혜가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한 해 무탈과 행운을 기원하는 해맞이 행사가 본격화된 것은 2000년 일이다. 그러니까 1999년, 20세기를 마감하면서 세상은 지구 종말론으로 어수선했다. 새로운 세기를 맞아본 적이 없는 세계인은 일부 사이비 종교의 말세론과 종말론에 현혹돼 21세기 도래를 숨죽이며 기다려 왔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는 수십년 동안 유보돼 왔던 지방자치제가 다시 시행돼 주민 직선으로 뽑은 단체장이 지역을 다스리고 있었다. 단체장은 누구나 새로운 세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고장 특성을 살려 다양한 해맞이 행사를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천성산은 이런 의미에 꼭 들어맞는 영험한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신라 때 고승 원효대사가 중국에서 온 1천명 승려를 화엄경으로 가르쳐 모두 성인(聖人)으로 만들었다는 전설로 인해 이름 붙여진 천성산. 지리적으로 천성산은 정족산의 줄기로 양산을 둘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
동으로는 웅상지역으로 회야강 발원지이기도 하다. 산언저리마다 내원사, 홍룡사, 미타암 등 이름난 사찰이 자리해 있고, 정상 부근에는 철쭉 단지, 희귀 습지, 겨울 억새 군락 등 자연 생태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천성산이 해돋이 명소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앞서 말했듯 2000년 밀레니엄 새 해맞이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서 시민을 들뜨게 했다. 나중에 이 부분은 울산 간절곶 해맞이 시각이 가장 빠르다는 주장에 묻히기도 한다.
어쨌든 국토 내륙에서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한때 수많은 시민이 새벽부터 대석마을에서 산정으로 올라가는 모랭이길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칼바람을 뚫고 차량으로, 혹은 걸어서 꼭대기 화엄벌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속 묵은 앙금을 털고 새해 기대와 희망을 빌었다.
이들을 맞는 여러 단체와 등산협회 관계자가 민속행사며 떡국 등을 나눠 주면서 새해를 자축하는 동안 시장과 의원 등 정치인은 흐뭇하게 자신들의 표밭이 달궈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천성산은 이렇게 양산의 영산(靈山)으로서 시민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지리적 이유로 인해 동서 지역감정이 형성되고 한때는 터널 건설 문제로 환경보존론자의 투쟁 대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양산시가 천성산을 경계로 동과 서로 나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행정 중심이 산 서쪽에 위치하다 보니 자연 동쪽인 웅상지역은 변방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고, 실제로 동서 간 교류보다 인근 대도시와 생활권이 더 활성화되는 기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중앙동과 덕계동을 연결하는 법기터널이 개통되면서 물리적 접근성은 크게 나아졌다. 개통 초기에 비하면 지금 교통량은 크게 증가한 상태다. 소요시간도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표면상 여건 변화에 만족하는 동안 동서 간 정서적 접근성은 여전히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머잖아 국회의원 선거구마저 분리된다면 웅상주민 독자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 자명하다. 시에서는 그런 점을 감안해 양쪽 시민이 동질감과 동향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실제적인 정책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양산사람이 매년 첫날 기다려 온 천성산 해맞이 행사가 올해는 취소됐다. 명곡동 양계농가에서 발생한 AI(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가능성을 우려한 당국의 결정이다. 아쉽지만 다른 곳을 찾거나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신년 기원을 해 볼 수밖에 없다.
올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다고 한다. 눈 구경하기 힘든 양산에서도 벌써 큰 눈이 한 차례 내렸다. 신년 서설(瑞雪)이라 해 새해에 내리는 눈은 상서롭다고 하니 듣기가 싫지 않다. 기상예보에 따르면 신년 첫날에 전국적으로 눈이 내릴 전망이다. 양의 해를 맞아 시민 모두 새해 소망이 모두 이뤄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