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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한 해를 보내며 본 영화 ‘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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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한 해를 보내며 본 영화 ‘카트’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4/12/30 09:31 수정 2014.12.30 09:30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한 해를 보내며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다가 영화 ‘카트’를 봤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봐야지 하면서 미뤄뒀던 영화인데 다행히 크리스마스에 시간이 나서 볼 수 있었다.

오후의 무료한 시간에, 친구와 놀러 나갔다가 돌아온 아들 둘과 낮잠을 주무시러 방에 들어가신 어머니를 거실에 불러 영화 ‘카트’를 내려받은 뒤 함께 봤다. 아이들은 굳이 크리스마스 날에 이런 심각한 영화를 봐야 하느냐고 불평을 해댔지만, 한 번은 꼭 봐야 할 영화니 애써 보자고 강요를 하다시피 해서 봤다.

영화는 몇 년 전 일어난 일을 재구성했다고 하는데 영화 속에서 일어난 일은 현실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학교와 관련된 일만 살펴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수학여행비를 못 내서 힘들어하는 엄마와 아들, 급식비를 못 내서 계단에 쭈그려 앉아 허기를 달래고 있는 아이, 아르바이트하다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아이, 직장에 나가는 부모들 때문에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

영화 속 학교에서 겪는 아픔은 현실에서 늘 우리가 겪던 일들이었다. 거울을 보듯이 현실을 바라보는 심정이라 자꾸만 울음을 삼켜야 했다.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해보면서 항상 먼저 생각했던 것이 성적이고 대학진학이었다.

아이들의 삶이 어떠한가, 어떠한 어려움 속에 놓여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먼저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영화를 보며 생각하고는 부끄러웠다. 한 해를 보내며 영화에서와 같은 현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여전히 어려울 것 같다.

무상급식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직장에 나갈 때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 같고, 아르바이트하는 아이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도 개선될 것 같지 않고, 아이들이 돈 걱정 없이 학교만 다닐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 같고….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는데도 자꾸 걱정만 된다. 주변 학교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대학진학 성적이 좋으니 내년에는 좋은 아이들이 많이 진학해서 학교가 좋아질 거란다. 어떤 학교는 대학진학 성적이 나빠서 아이들이 선호하지 않게 되고 아이들이 지원하지 않으려고 해서 걱정이라고 한다.

학교와 관련된 이런저런 말을 듣는데 그 말 속에는 늘 성적을 앞세워서 하는 말인 것 같다. 이제 습관이 돼 학교를 성적 말고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한 해를 보내며 영화 ‘카트’ 속 교육 현실과 같은 현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학교를 성적으로 바라보는 습관부터 버려야 하겠다. 급식이 좋은 학교, 울타리가 아름다운 학교, 운동을 잘하는 학교, 뭐 이런 식으로 학교를 칭찬하는 관점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그런 습관을 버리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새해에는 학교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이들만큼이나 다양하길 바라며, 그 다양성 속에서 아이들에게 생기는 구체적인 문제들도 잘 살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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