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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임 희망웅상 홍보분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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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나는 그때까지 몰랐다. 몸에 좋다는 표고버섯이 사실은 위험하다는 것,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고등어, 명태, 대구의 95%가 일본산이라는 것. 아니 원전이 얼마나 엄청난 재앙 덩어리인지를 감쪽같이 몰랐다.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이라는 책까지 연거푸 책 두 권을 읽고 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마침 경남 탈핵 공동 대표인 박종권 선생님의 ‘고리 1호기 그것이 알고 싶다!’ 강연이 있다고 해서 한걸음에 달려갔다.
찾아간 양산노동민원상담소는 큰 간판이 없어 초행길에 애를 먹었다. 도착하니 이미 강연은 시작됐고 서른 분 넘게 오셔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머리 희끗희끗하신 강단 있게 생기신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며 나는 다시 한 번 원자력 발전소와 고리 1호기의 실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정말 선생님의 농처럼 이때까지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기적이었다. 애국가를 잘 지어 하나님이 보호하신듯하다는 말씀에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사는 웅상은 고리 1호기 원전과 직선 12km 거리다. 30년 수명을 넘기고도 8년째 더 가동 중이고 이번 3월에 또다시 수명 2차 재연장 심의에 들어간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더구나 원자로는 두꺼운 쇠 한 덩어리로 만들어져야 함에도, 고리 1호기는 세 조각으로 용접해 만든 것에다가 고장도 제일 잦다고 하니 200만개 낡은 부품 중 하나라도 잘못돼 터지기라도 하는 날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전기 생산도 고작 국내전력량의 0.5%밖에 되지 않아 당장 폐쇄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고기 1호기를 왜 지금 당장 멈추지 않는지, 이 순간에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경제 강국, 안전제일인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3년이 지나도록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일본 국토의 1/3이 오염됐고, 230km 떨어진 도쿄도 방사능으로 오염됐다고 한다. 만에 하나 고리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양산, 아니 우리나라가 끝장날 판이다.
방법은 있단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 대기업에게 생산 단가 85% 밖에 받지 않는 값싼 전기료를 당장 올리는 것이다. 2014년 4분기 5조 2천억 영업 순이익을 냈다는 거대기업 삼성전자에 왜 우리의 피 같은 세금으로 전기세 15%를 메워주는가! 그리고 하루빨리 세계 10위 경제 강국인 우리 기술과 경제력으로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로 무수한 어린 생명을 잃었다. 어른의 잘못으로 안타깝게 죽어가는 생명을 보면서 얼마나 애통하고 가슴 미어졌던가! 핵사고는 우리의 생명뿐 아니라 우리 후세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무서운 재앙이다.
불편한 진실이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알아야겠다. 나의 두 딸을 위해서라도 꼭 막아야겠다. 더 이상 어른의 잘못으로 우리 아들과 딸을 죽어가게 할 순 없다. 내 딸들은 아직 하고 싶은 것도, 간절히 꾼 꿈도 이루지 못했다. 그들에게서 안전하게 살 미래마저 빼앗을 순 없다!
잘 가라 고리 1호기, 부디 잘 가거라. 그동안 수고했다. 이젠 쉬어라. 그게 우리 모두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