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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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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야구장 세운다
리틀야구단의 전국 제패와
원동중 야구부의 인간승리에
수많은 야구 동호인을
기대에 부풀게 하는 소식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프로야구에도 인생 대박이 심심찮게 일어났다. 1994년 당시 한양대학교 2년생이던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도 부자구단인 L.A 다저스팀에 스카우트되면서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에도 고액 연봉자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박찬호는 다저스팀에서 8년간 활약하면서 풀타임 선수로 뛴 6년 동안 5년 연속 13승 이상 성적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미국 프로 스포츠계 거물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를 매니저로 영입해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에 6천5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고액 연봉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텍사스 팬으로부터 ‘먹튀’ 비난을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 야구 팬은 세계 제일의 프로야구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박찬호를 보며 대리만족의 통쾌함을 맛봤고, 먹튀 논란에도 불구하고 야구 영웅으로 자리 잡게 된다.
먹튀란 ‘먹고 튀기’의 준말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높은 계약금이나 연봉을 받고 이적한 선수가 대우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기대만큼 열심히 경기에 임하지 않는 모습으로 팬과 구단 관계자를 실망시키는 경우에 사용한다. 물론 근래에 와서 만들어진 용어다.
1982년 시작해 30년을 훌쩍 넘긴 프로야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대중 스포츠다. 박철순, 김재박, 이만수 등 1세대를 지나 선동열, 최동원이라는 걸출한 투수 라이벌을 등장시켰다가 이승엽, 이대호, 이종범 등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를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역경과 고난을 이기고 정상에 우뚝 선 박병호와 서건창 선수가 미생(未生) 신화를 일궈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F.A(Free Agent) 즉 자유계약선수가 돼 큰돈을 벌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먹튀 논란에 휩싸인 선수도 적지 않았다. 사회적으로는 거품 논쟁이 일기도 했다.
부산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구단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 선수도 그중 하나였다. 강민호 선수는 2013년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롯데 구단의 대표적인 지역 연고 선수로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강민호는 쉽게 롯데구단과 F.A 계약을 맺었는데 4년에 75억원이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강민호의 지난해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2할 초반 타율에 16개 홈런은 연봉 10억원짜리 대선수의 성적표와는 거리가 멀었다. 더구나 팀은 하위권으로 밀려 가을 야구에 나가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내분에 휩싸여 감독은 물론 사장단까지 교체되는 시련을 겪었다. 당연히 부산 팬은 분노했고 강민호는 먹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 스포츠 선수로서 먹튀 비난을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은 본인일 것이다. 강민호 자신도 지난해 성적에 대해 변명할 여지가 없는 먹튀였음을 인정했다. 오랜 야구선수 생활에서 팬으로부터 비난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그가 심기일전 결의를 다지며 우리 시에 야구장 건립기금으로 거액을 쾌척했다고 한다.
새해 벽두에 양산시는 강민호 선수와 함께 유소년 꿈나무의 전용구장이 될 ‘강민호 야구장’ 건립을 위한 협약식을 했다. 총사업비 5억원 중 2억원을 강민호 선수가 부담해 낙동강 변 황산체육공원에 1만5천㎡ 규모 야구장을 짓기로 하고 개인 이름을 구장 명에 반영하기로 했다. 오는 6월 준공 예정으로 다음 달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강 선수는 개인적 명예가 되는 만큼 건립 이후 운영에도 계속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한다. 이날 협약식에는 부산 출신 야구인 허구연 해설위원도 자리를 함께했다. 허 위원은 원동중학교 야구부 전국 제패 신화를 탄생시킨 장본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민호 선수의 야구장 기부도 허 위원의 권유로 추진된 것이라 하니 허 위원과 양산의 인연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양산의 야구 열기는 대단하다. 10년 전만 해도 변변한 구장 하나 없었지만 날로 늘어나는 야구 동호인의 열기에 지금은 황산공원 외에도 부산대 3개 구장 등 여러 곳에서 연중 사회인 야구리그가 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소년으로 구성된 리틀야구단이 전국을 제패하기도 하는 등 야구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때에 부산 프랜차이즈 스타인 강민호 선수 이름을 단 야구장이 건립돼 미래 야구스타들이 담금질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를 계기로 강민호 선수도 올해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