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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교원평가를 다시 생각한다..
오피니언

[교단일기] 교원평가를 다시 생각한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1/13 09:47 수정 2015.01.13 09:46



 
↑↑ 유병준
범어고등학교 교사
 
삶이 힘들어지고 괴로울 때면 사람들은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를 궁금해한 적이 많았다. 무수한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은 삶의 경험이 존재했을 것이고, 그 경험 속에는 어쩌면 유전되는 것 같은 보편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성장통 같은 것이 그러한 것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모두에게 다 맞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교사와 학생은 깊은 인간적 교감 속에서 모두가 다 겪는 일이지만 서로에게 적절한 방법을 찾아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현실의 학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없다는 것을 가끔 인정해야 해서 슬플 때가 있다.

최근 들어 교육 문제와 관련한 많은 일을 통계를 이용해서 해결하려는 경향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통계를 이용해서 원인을 찾고 그것에 따라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을 보면 문제를 매우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과연 교육 문제가 본질적으로 통계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교육 문제를 통계적 수치에 의한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증거는 교사와 학생의 말을 들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갈수록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교원평가는 교육문제를 통계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의 대표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한 학년도가 다 돼 가는 시점에서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교원평가에 참여해 달라는 문자를 여러 번 받았다. 참여해 보려고 했지만, 학교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고 있고 더구나 학교에서 아이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워 참여할 수 없다는 게 결론이라 끝내 불참했다.

교사이면서 학부모인 사람으로서 학교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편하게 참여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교원평가에 참여하려고 해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설문에 참여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원평가는 단순히 몇 개 질문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의 구체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교의 교육적 환경과 시대, 사회, 지역적 상황과 관련된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어떤 경향성을 파악해 일률적인 어떤 방법을 적용하면 해결될 것이란 생각은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일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원평가는 이런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 학교현장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정도가 되고 있다. 정말 학교와 교사를 평가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면 교육 본질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을 학교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말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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