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지적장애를 가진 민석이(가명, 17) 꿈은 운동선수다. 체육대회가 있노라면 늘 학교대표 선수로 출전한다. 공으로 하는 운동은 다 좋다. 남들처럼 빨리 뛰지도 못하면서 무슨 운동선수냐며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지만, 상관없다. 손기능을 꾸준히 익히고 열심히 운동하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장면 둘. 태영이(가명, 17)는 요리를 무척 좋아한다. 아니 잘 한다. 특히 계란말이 솜씨가 일품이다. 아직 장래희망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요리사도 좋다. 직접 만든 요리를 친구들과 선생님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혼자서 생활하기 때문에 밥 차리는 것이 힘들고 귀찮은 일이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먹으니 참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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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이와 태영이는 양산희망학교 직장체험학교를 다니고 있다.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 대상이라 곧장 취업으로 이어지기는 힘들지만, 다양한 직장 경험과 자립생활 능력을 키워준다는 목적이다. 학생들은 방학동안 이 곳에서 꿈과 희망을 키운다.
양산희망학교(교장 김정자)는 지난 5일부터 양산지역 내 중ㆍ고교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위한 ‘직장체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직장체험학교는 경남 도내 유일 직업전환교육지원센터로 선정된 양산희망학교에서 운영하는 방학 프로그램이다.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자립생활과 직업생활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8월에 처음 출발해, 벌써 6번째 학교가 열렸다.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직장체험교실. 직업준비, 직장예절, 직무능력향상 등 취업준비를 위한 실제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우선 면접, 이력서 쓰기 등을 배운다. 직장예절도 중요하다. 직장 내 분위기와 직급체계 등을 배우며 그에 맞는 상황별 예절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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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손기능 향상 프로그램이다. 간단한 수작업을 익히는 활동이다. 손과 발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학생들이 대부분이기에 빨래집게 나란히 꽂기 등 반복적인 손기능 향상 훈련을 한다.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야채를 다듬고, 양파와 파를 썰고, 계란을 부치고, 쌀을 씻는 등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손기능이 향상된다.
특히 올해는 웅상지역에도 직장체험학교를 개설했다. 웅상고등학교 교사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참여한 것이다. 그동안 이동의 어려움 때문에 직장체험학교에 참여하지 못했던 웅상지역 장애학생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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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체험학교 담당 강성구 교사는 “방학기간 동안 진행하는 직업체험학교와 더불어 양산시와 협약을 체결한 ‘특수교육ㆍ복지연계형 복지일자리사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며 “장애학생들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현장중심의 실습경험을 통해 사회적응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자 교장은 “장애를 가진 학생과 그 학부모 모두 안정된 직장을 가지는 것이 유일한 바람일 정도로, 우리 아이들에게 직업은 그 자체로 꿈”이라며 “직업체험학교에 참여한 장애학생이 취업으로 바로 이어지기는 힘들지만, 이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학생 진로지도와 직업정보 제공 등 취업지원을 꾸준히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