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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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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1/20 10:43 수정 2015.01.20 10:41
강진상 평산교회 담임목사



 
↑↑ 강진상
평산교회 담임목사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명예와 의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이 말은 과거 로마제국 귀족의 높은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됐다.

초기 로마사회 귀족은 기부와 봉사를 많이 했으며 전시에는 귀족이 앞장서서 전투에 참여했다. 이로 인해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분의 1로 줄어들었다. 전투에서 많은 귀족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는 귀족으로서 명예를 지키는 당연한 의무였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는 귀족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프랑스 귀족들은 전쟁이 나면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여겼다.

근대 시민사회 이후에는 영국이 이러한 ‘명예와 의무’를 잘 실현해왔는데 1, 2차 대전 동안 수많은 고위층 자녀가 전쟁에서 희생됐으며 영국의 지도층 자제들이 입학한다는 이튼칼리지 졸업생 가운데 2천여명이 1,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해 목숨을 잃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포클랜드 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가했다. 그들은 왜 죽음을 택했을까? 명예를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영국 부자들은 수익만큼 자선과 기부를 생활화했고, 적법한 세금 납부를 고위층의 명예로 여겨왔다. 서민은 부유층의 도덕성을 믿었고 존경이라는 방식으로 명예를 지켜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기 어렵다. 부유층은 과시와 사치에 빠져있지만 불우한 이웃에 대한 배려나 관심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부와 명예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희생을 요구한다. 자신만을 위해 부와 명예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무의미하다.

강철 왕 카네기는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불명예”라며 부자란 모름지기 부를 축적하는 때와 부를 환원하는 때가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 재벌 록펠러, 마이크로소프트사 빌 게이츠가 왜 존경받는가? 그들은 자신이 거둔 이익을 사회에 기꺼이 환원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손꼽히는 대학은 사실상 기부와 헌납으로 수많은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들에 의해 오늘의 부강한 미국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유명인사가 아니라도 유ㆍ무명 자선가가 사회에 환원하는 돈이 연간 30~40억 달러나 된다는 것이 미국의 실정이다.

진정한 명예는 희생과 나눔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 재벌 2세의 추락을 보면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함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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