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초대 詩] 국물 한 숟가락이 세상을 녹인다..
오피니언

[초대 詩] 국물 한 숟가락이 세상을 녹인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1/27 10:46 수정 2015.01.27 10:44
유영호 시인



 
↑↑ 유영호
시인, 수필가, 사진작가
2008년 만다라문학상 수상
2010년 가오(佳梧)문학상 수상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계간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
 
바닥까지 곤두박질 친 한파는
올라올 기미조차 없다
삼한사온은 언제 적 이야긴지
주차장에서 현관까지
불과 몇 걸음 걸었는데도
가슴팍에 달려드는 한기가 매섭다
연일 이어지는 공안정국이
온 나라를 꽁꽁 얼려버린 저녁
깡통에서 바다를 꺼낸 아내가
묵은 지에 매운 고추를 넣고
입안이 얼얼한 참치찌개를 끓인다
한 숟가락을 떠먹자마자
식도를 따라 파도가 출렁이고
고요하던 내 뱃속은 금방
물고기가 헤엄치는 바다가 된다
얼었던 몸에 훈기가 돌고
서걱거리던 가슴도 촉촉해진다
국물 한 숟가락의 온기가
얼음공주의 덴바람까지 녹인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