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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공자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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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공자에게 길을 묻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1/27 10:49 수정 2015.01.27 10:47



 
↑↑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우리나라 30대 세대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면서
힘든 과제를 감당해야 하지만
세상을 탓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정진하길 바라는 기대가 있다


어릴 적 죽마고우는 아니지만 10년 가까이 만나면서 어느덧 지음(知音)으로 느껴지는 친구가 이번에 책을 냈다. 지난달 한국경제신문에서 출간한 ‘나는 서른에 비로소 홀로 섰다’는 제목의 지침서는 논어에서 배우는 일종의 인생 수업이다. 대만에서 유학하고 중국정치를 공부한 터에 논어 해석과 공자와 제자들의 인품과 사상을 궁구해 온 그답게 이 세상 젊은이에게 인생 참고서를 선사한 것이다.

정작 자신은 6.25 전란 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 일원으로 이른바 ‘국제시장’ 주인공의 시대적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30대 젊은이의 처지와 고난을 긍휼히 여겨 선생(先生, 먼저 태어난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기운을 북돋워 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30대 세대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점점 나아지는 세대’에서 ‘점점 못해지는 세대’로 가는 첫 세대이다. ‘국제시장’의 주역이 비록 질곡의 여정을 겪기는 했지만 노력 끝에 얻은 단맛과 과실을 따 먹은 경험이라도 있다지만, 30대 세대는 감당해야 할 시대의 과제물만 잔뜩 안은 꼴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그 말이 결코 낯설게 다가오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과적 차량처럼 짊어진 교육 비용, 스펙과 연줄에 목을 맨 채 취업을 위해 야전군처럼 응전태세를 풀지 못하는 그들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상을 향해 호연지기를 키울 수도 없고, 청춘의 특권인 지고지순(至高至純) 사랑을 마음의 사치로 느끼며, 고령화 시대 기형적인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저자는 이런 형편의 30대 세대가 무거운 짐을 벗고 나름 세상의 이치에 순응하면서도 스스로 격을 만들고 갖춰나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데 2천500년 전 현인(賢人)인 공자의 가르침을 대입하고자 한다.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 나이 서른에 홀로 섰기 때문에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마흔이 될 수 있었다는 공자의 말을 되새겨 보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10년의 세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각자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책은 웅변하고 있다.

30대가 사회적 관계에서의 타인과 관계를 어려워한다는 것을 아는 저자는 논어의 몇 가지 구절을 들어 가슴에 새겨주고 있다.

삼인행 필유아사(三仁行 必有我師, 세 사람이 길을 가다 보면 반드시 그 안에 스승이 있다)는 아무리 부족해 보이는 사람도 장점이 있게 마련이니 스승으로 삼을 만하다고 위안한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존경심은 사람을 우러러보게 한다는 뜻으로 최근 들어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보다 친근한 리더가 인정받고 있음을 지적한다.

공자 가르침의 핵심은 ‘사람다움’과 ‘세상다움’이요, 공자의 위대함은 평범함과 상식에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30대 세대에게 사람다움을 가꿔 가는 과정에서 친구가 매우 소중한 존재라고 강조한 공자의 말씀을 소개했다.

무우불여기자(無友不如己者, 자기보다 못한 자를 친구로 삼지 마라)는 가르침은 목적의식도 없고 어질지 못하며 올바른 꿈도 꾸지 않는 자를 멀리할 친구로 봤다. 논어 ‘계 씨 편’에 나오는 “정직한 벗, 믿음직한 벗, 견문이 넓은 벗과 사귀면 도움이 된다. 반면에 한쪽에 치우친 벗, 아첨 잘하는 벗, 말을 망령되게 하는 벗과 사귀면 해를 당하게 된다”는 경구(警句)를 소개하고 있다.

책은 또 사람의 욕구 가운데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함을 제기하고 있다. 사람마다 그릇이 다른데 모두가 높은 목표를 이루려고 하다 보니 쉽게 자기만족을 할 수도 없고 실패와 좌절로 도태하기도 한다는 것.

직장인이든 사업가이든 불확실성 시대에 사는 만큼 확실하게 자신을 믿고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은 주위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고 자신만의 길을 정진하라는 이야기다.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책 소개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필자도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들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인생 황금기인 40대를 앞두고 힘없이 무너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경제 환경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30대 세대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성실하게 그들의 인생을 쌓아가길 진정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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