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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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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부과 받은 미 국무장관
고위공직자라도 위법 책임은
같은 처벌을 받는 게 선진국
법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준법은 청렴한 사회를 만든다
미국 현직 국무장관이 자기 집 앞 눈을 치우지 않았다고 해서 시청으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았다. 장관은 즉시 눈을 치웠고, 기꺼이 벌금을 내겠다고 했다. 지난주 국제 뉴스로 알려진 사실이다.
내용인즉 이렇다. 미국 북동부지역을 강타한 눈보라가 지나간 뒤 메사추세츠 주 보스턴 시에도 2m 이상 되는 눈이 쌓여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었다. 캐리 국무장관 사저(私邸) 앞 인도에 쌓인 눈을 본 한 시민이 보스턴 시청에 신고했는데 시에서는 하루 만에 벌금 50달러를 부과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미국은 빙판길 사고를 우려해 집주인이 자기 집 앞 인도 눈을 치우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장관은 대변인을 통해 눈 폭풍이 불 당시 대통령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었으며, 장관이 고용한 제설회사 직원이 착각해 집 앞 인도 눈을 치우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국 국무부는 대외관계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부서로, 국무장관은 대통령 최고 조언자로서 외교면에서 대통령의 분신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당시 경쟁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기용했고 2013년 2월 그가 퇴진하자 대선후보를 역임한 존 캐리 상원의원을 장관에 임명했다. 이렇듯 국무장관은 미국 행정부 실세 중 실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대통령 후보에다 현직 실세 장관의 조그마한 법규 위반에도 가차 없이 책임을 묻는 그들의 공권력 행사에 눈길이 가는 것은 우리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미국 법 집행이 엄격한 사례는 이 밖에도 많다. 지난해 9월, 40년 이상 하원의원으로 활동해 온 찰스 랭글 의원 등 의원 8명이 의회 의사당 앞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것도 두 손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운 채. 이민법 개정 촉구 시위를 벌이던 중 폴리스 라인을 넘어 도로를 점거했다는 것이 체포 이유다.
랭글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져 있는 유명 정치인이다. 또 2011년에는 현직 워싱턴 시장이 정부 예산 편성에 항의 시위를 하다가 통행방해 혐의로 수갑을 찬 채 체포되는 사진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그와 정반대의 뉴스거리가 비일비재하다. 국회가 개원 중일 때 여의도나 강남의 고급음식점 인근 도로는 검은색 대형 승용차들이 큰길 2차선까지 점령해 주차하고 있어도 단속은커녕 대기 중인 운전기사들이 내뿜는 담배 연기만 자욱하다는 비아냥이 흘러나온다.
고위 공직에 내정된 후보자 중 병역 기피에 대한 의혹은 빠지지 않고, 비정상적인 부동산 운용으로 재산을 늘린 이야기도 단골로 나온다.
위장전입이 엄연히 실정법상 처벌 대상인데도 관행임을 빌미로 슬그머니 넘어가고 병역 면제 이유로 신체 일부 결함 정도는 이제 큰 관심도 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학위 논문 표절 여부가 새로운 메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모두 준법정신 교육 부재에 기인한 것이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equality before the law)’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국가론’에서의 정의 이념과 ‘신 앞의 평등’이라는 종교사상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중세 봉건시대 엄격한 신분차별제를 시민혁명으로 극복한 프랑스 인권선언과 미국독립선언서에서 확인되고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는 이 정신은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취하고 있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 생활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로 시작하고 있다.
‘법 앞의 평등’ 정신은 힘없고 무지한 자만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도 마찬가지로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특히 공직자 경우 개인적 비리나 부당이득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고위공직자가 권한을 남용하거나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위법한 행정행위를 하는 것을 엄격히 단죄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 집행 일관성을 상실하게 되면 법 권위가 무너지고 만다. 공직 청렴도를 측정하는데 필수적인 내부청렴도는 인사나 예산, 시책 추진 등에서 위법 또는 부당한 사례가 있었느냐를 따져 묻는 것이다.
준법은 사회 전반의 청렴을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