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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현 희망웅상 홍보분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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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도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갓난아기처럼 울어대는 고양이의 미묘한 울음과 너무나 맑고 투명해서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서늘한 눈빛이 차라리 공포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게다가 그냥저냥 귀동냥으로 들은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마치 오래전 경험으로 얻은 정답인 양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두 딸과 함께 월평이라는 작은 마을에 터를 잡았을 때, 나는 뜻하지 않게 불편의 한가운데에 놓이게 됐다. 한눈에 딱 봐도 들고양이인 고양이 한 마리가 어느 샌가부터 우리 집에 들락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휘어진 꼬리 때문에 큰 아이가 ‘물음표’라는 이름까지 붙여 준 고양이는 일정한 시간에 제집인 양 들어와서는 현관 입구에 배를 깔고 누워 해바라기를 하거나 아이들이 가져다준 멸치나 우유, 과자 부스러기 따위를 참으로 맛있게 먹었다. 나는 물음표의 방문으로 날마다 축제인 딸아이 뒤통수에서 매의 눈을 하고 저 녀석을 어떻게 떼어 놓을 것인가를 궁리하고 또 궁리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도 어이가 없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말로 딸들을 회유시키려 무척이나 애를 썼다.
“저러다 동네 고양이 다 데리고 오면 그땐 정말 곤란하다”
“고양이는 열 번 잘해주다가 한 번 서운하게 해주면 꼭 앙갚음한다더라”
안타깝게도 나의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다. 두 딸은 내 말에는 아랑곳 안 했고, 여전히 녀석 또한 당당하게 우리 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몇 년 뒤 이사를 하게 돼 우리는 물음표와 헤어졌고, 눈물 바람을 날리는 딸들과는 다르게 속으로 나는 쾌재를 불렀다.
2년 후, 겨울바람이 매서운 어느 날 나는 양손에 김장 배추 대신에 고양이 모래와 사료를 사 들고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귀가했다. 그 작은 것은 고단한 길거리 생활 때문인지 듬성듬성 빠진 털에 누런 눈곱을 달고 삐쩍 마른 몸으로 목이 쉰 듯 울어대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의 빗장을 열어둔 물음표 때문에 발걸음을 멈췄던 것 같다.
그 날, 두 딸은 마치 물음표와 재회라도 한 것처럼 환호하며 ‘하늘’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줬다. 하늘이와 서툰 한집살이가 시작되면서 고양이에 대한 무지에 가까운 편견이 하나둘씩 깨지기 시작했다.
녀석이 창가에 고요히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에 절로 미소 지어지는 것도, 무게 있는 걸음걸이로 거실을 어슬렁거리면 내 마음도 덩달아 여유로워지는 것도, 기분 좋을 때 낮은 목소리로 갸르릉 데는 것이 세레나데로 들리는 것도 13년을 동고동락한 탓일 것이다.
지금은 소중한 존재가 돼 있는 고양이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녀석은 나에게 그 어떤 요구도 한 적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세상 모든 존재가 그러하듯 고양이 역시 자신이 고양이로 태어나 그 삶을 그냥 충실히 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가끔 자신의 소소한 이익과 터무니없는 편견으로 생명의 가치를 함부로 저울질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사실 길고양이 또한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 의해 보호하고 있는 동물이다. 길고양이를 헤치게 될 경우 동물보호법 제8조 1항 및 2항에 의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형 처벌이 가능하다. 인간에게 옮길 수 있다고 걱정되는 피부병(톡소플라즈마와)은 고양이 배설물을 직접 입으로 가져가지 않는 한 전염이 전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전염 매개체인 쥐를 잡으므로 고양이는 우리에게 유익한 동물이다.
어쩌다 떠밀려 차가운 도시의 길 위의 삶을 살아야 하는 길고양이는 먹을 것이 없어 하는 수 없이 쓰레기통을 뒤진다. 설상가상으로 도심 하천이 사라져 마실 물이 없는 탓에 고여있는 썩은 물을 먹고, 추위에 약한 몸을 이끌고 찬바람이 부는 혹한기를 견딘다. 게다가 인간의 편견이 그들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우리에게 왜 그러냐고 물을 수 없기에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생존을 위한 피나는 사투일 것이다. 그런 그들의 수명은 단 3년에 불과하다.
가끔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친다. 고양이는 경계의 눈빛으로 몸을 숨기기도 하고 때론 그 특유의 고요한 눈길로 나를 바라볼 때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나에게 소리 없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나도 너와 똑같은 생명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