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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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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니 보이 느그 엄마 생각 많이 난다. 느그 엄마나 내나 모두 이 집에 쪼맨할 때 시집와서 고상도 억시기도 했제. 느그 할배 돌아가시기 전, 한동안 자리보전하고 계실 때, 똥 치고 오줌 치고 한다꼬, 내 하루저녁 자고 느그 엄마도 하루저녁 자고, 그래 한 몇 년을 이 방에서 안 잤나. 지금 느그들사 안 그렇지만 당시 우리들은 하루저녁도 내 집이라고 편하게 몬 잤다. 낮에는 허리한번 펼 새 없이 일하고, 밤에는 호롱불 밑에서 식구들 터진 옷 깁고, 느 할배 돌본다고. 우짜다가 깜박 눈 좀 붙일라카믄 소새끼같이 누버 잔다꼬 느 할매 어떻게나 뭐라고 해쌌는지. 내가, 진짜 겨울에 손이 다 얼어 터서, 언젠가 우리친정엄마가 와서 보고는 목이 메어서 갔다, 참말로. 그래도 참 부모 안 팔릴라고, 참, 참고 이 집에 살았지.
내 시집올라던 그 무렵도 지금매로 낙엽이 꽃이파리처럼 뚝뚝 지던 때였는데. 날 받고 잔칫날 다 돼 갈라니까 친정동네에 소문이 딱 나는 기라. 그때 우리 동네 덕철이 즈그 할매가 오더니만, 사돈될 사람이 억수로 별나다고, 그래도 우야든동 잘 섬겨서 살면 그런 사람이 뒤끝이 없다고, 사는 대로 살아라, 카더라고. 그 소리를 우리 엄마가 딱 듣고서는 복장을 치면서 내보고, 마, 이 일을 우짜노. 니가 거 가서 얼매나 고생을 할꼬? 카시는데, 울아부지는 어차피 갤정 난 기고, 간 다음에 니는 절대로 오면 안 된다, 니는 틀림없이 마 좋으나 나쁘나 참고 살아라, 이래해가, 꾹 참고 안 살았나, 친정에 가도 말도 못하고. 느그 할매도 깡세고 느그 할배도 깡세고 느 작은아부지도 깡세고 참 내 그 사이에서 억수로 욕봤다. 그때마동 행님이 내 손을 꼭 잡아줬다아이가. 모지락시러븐 세월, 느그 엄마 없었으믄 내 우찌 살았을꼬 싶제.
작은어머니 말씀 마치자, 마당 안으로 잎 하나가 떨어져 내립니다. 구멍 숭숭 뚫린 붉은 잎이 작은어머니 가슴 같기도, 어머니 가슴 같기도 한데, 올려다보니 그 나뭇가지에 또 다른 잎 하나 빨그스르름하게 물들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잎 꼭 나를 닮아 있습니다, 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