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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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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아버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3/10 10:09 수정 2015.03.10 10:06
이수임 희망웅상 홍보분과



 
↑↑ 이수임
희망웅상 홍보분과
 
언제부턴가 영화나 드라마에 ‘아버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얼마 전에 끝난 시청률 40%를 넘은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도 평생 두부를 팔아 자식 뒷바라지한 아버지가 주인공이고, 작년 12월에 개봉해 지금까지 1천400만 이상 관객을 끌어모았다는 영화 ‘국제시장’도 한국전쟁 이후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혹자는 ‘아버지’가 이렇게 대중문화 주인공이 된 이유는 너무 오랫동안 경제가 어렵고 미래가 불확실해 지치고 힘든 시기에, 기대고 싶은 ‘든든하고 따뜻한 아버지’ 이미지가 필요해서라고 말한다. 게다가 ‘그 시절 아버지’의 자식들이 직접 사회생활에서 고충을 겪으면서 ‘그때의 아버지도 힘들었겠구나’하고 느끼는 공감대도 이런 배경에 한몫했으리라 싶다.

나에게도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집 짓는 일을 하신다. ‘우리의 아버지’ 모두가 그랬듯이 언제나 새벽같이 일터에 나가 깜깜해져서야 들어오시고 자식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 없으셨다. 일에 대해서는 완벽한 성격 탓에 같이 일하던 동료가 실수라도 하는 날엔 불같이 화를 내시고 완공 날짜를 맞추기 위해선 밤샘작업도 마다치 않으셨던 분이시다.

그럴 때면 엄마도 같이 일하셨는데 이러저러한 일로 간혹 크게 다투기도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에 지친 고단함을 엄마에게 화풀이한 게 아닌가 싶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라고 하면 한두 가지 꼽을까 말까다. 초등학교 땐가, 낮잠을 주무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내원사 놀러 가자 하시길래 얼떨결에 따라나섰던 기억, 취미로 하신 낚시에 따라가서는 종일 지겹도록 저수지 물만 뚫어져라 본 기억, 그 외 별 기억이 없다.

무뚝뚝하시고 때로는 역정이 나시면 솥뚜껑 같은 손으로 등짝을 후려치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부터 전화를 받으실 때면 “딸~”하고 부드럽게 대답하신다. 무슨 일이든 내 의견을 물어봐 주시고, 엄마가 기장시장에 가자 하시면 군소리 없이 따라 나서시고, 손자 안부를 하루걸러 물어보신다.

칠순을 넘기신 나이 탓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때의 아버지도 이러고 싶으셨으리라. 자식과 좋은 데도 자주 가고 싶으셨을 것이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싶으셨을 것이다.

하지만 맨몸으로 살림을 일구셔야 했고, 자식 셋에 노모까지 봉양해야 했고,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당신의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 싶었던 욕망 때문에 지치고 힘들어 말수가 없으셨던 것은 아닐까? 그걸 몰라주는 엄마나 자식들이 때로는 섭섭해 그렇게 방황도 하고 화도 내셨던 건 아닐까?

요즘은 집 짓는 일을 돈을 벌기 위해 하지는 않으신단다. 집주인이 “대단하십니다. 멋지십니다”하고 감동하는 그 소리를 듣고 싶어서 얼마 안 되는 품삯도 다 못 챙기면서까지 나무를 깎고 못 박는 일을 마다치 않는 아버지다.

나는 이런 우리 아버지가 좋다. 남들이 뭐라고 말해도 나는 이런 아버지 딸로 사는 것이 기쁘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꽃놀이라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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