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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 무상급식 지원예산이 ‘0원’인 곳은 전국 17개 시ㆍ도 가운데 경남이 유일하다. 무상급식 전면 시행은 아니더라도 모든 자치단체에서 단계적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 수 적으면 상대적으로 급식비 높아
신도시에 비해 원도심 학부모 원성 커
현재 양산지역 무상급식 대상 학생은 모두 2만8천600여명이다. 동지역 중학생을 제외한 모든 초ㆍ중학생이 대상이다. 이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학생을 뺀 2만4천80여명이 내년부터 무상급식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개학 후 여전히 무상급식이 진행돼 안심하고 있었는데, 최근 학교로부터 ‘유상급식 안내문’을 받았다. 학교별 급식비도 안내서에 명시돼 있다.
김아무개(42, 상북면) 씨는 “면지역이라 첫째는 초등학교 내내 급식비가 들지 않았는데, 올해는 첫째가 중학생에다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둘 다 부담하게 됐다”면서 “두 남매 급식비만 한 달 10만원 이상 들어가게 됐다”고 부담스러워했다.
문제는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일수록 급식비가 비싸다. 학생 수가 많으면 식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 구매할 수 있어 급식비가 비교적 적지만, 학생 수가 적으면 반대로 급식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 1인당 한 끼 급식비가 많게는 40%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양산지역 초등학교의 경우 1천200명이 넘는 대규모 학교는 평균 1천850원이지만, 100명 이하는 평균 3천80원이다. 양산지역 초ㆍ중학교 가운데 100명 이하 학교는 5곳 있다.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학생 수가 300여명 내외인데, 큰 학교에 비해 한 끼 급식비가 600~700원 차이난다”며 “원도심지역이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급식비는 더 비싸게 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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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들은 다양한 문구가 적힌 피켓과 주걱, 식판, 밥솥 등을 들고 1시간여 동안 격앙된 시위를 펼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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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비 재활용 여지 남아 있어
반면 인근 지자체인 창원시가 무상급식을 계속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워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렸다. 창원시의회 의장이 직접 ‘현금이 아닌 현물로 무상급식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 즉 학교별로 무상급식에 필요한 쌀과 부식을 파악하면 이를 구입해 현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경남도 예산 지원 중단이라는 입장을 존중하면서 무상급식도 유지할 수 있는 절충적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오아무개(37, 평산동) 씨는 “국가 살림살이가 위태롭고 무상급식비 쓰임새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면 무상급식 문제를 다시 공론화해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데는 충분히 공감한다”며 “하지만 도민 의견수렴 없이 갈등만 양산하면서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잘못됐다. 시간이 다소 걸리는 일이라면 창원시처럼 차선책으로 무상급식은 유지하면서 두 기관이 무상급식에 대한 원칙과 과정부터 점검한 후 학부모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순서다”라고 지적했다.
양산지역도 고민의 여지는 남아있다. 경남도가 그동안의 무상급식비를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비로 충당하겠다고 선언했고, 대부분의 지자체가 이미 명목을 바꿔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양산시는 당초 무상급식비 45억원을 예비비로 돌려놓은 상황. 양산시의회 승인절차가 아직 남아있다.
따라서 창원시 선례처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무상급식비로 다시금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차예경 양산시의원(새정치연합, 비례)은 “아직 조례와 예산 등에 대한 시의회 승인절차가 남았는데, 양산시 홈페이지에는 벌써 ‘서민자녀교육 지원사업 신청 안내문’이 버젓이 게시돼 있다”며 “의견이 다른 많은 시민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이렇게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펼치는 것은 시민과 시민을 대변하는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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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밴드를 통해 결성된 무상급식지키기 학부모 연대는 1인당 1천원의 모금액을 기부받아 지속적으로 피켓시위와 거리선전전 등을 펼칠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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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학부모 뿔났다” 시청 앞 집단시위
식판, 쌀포대, 주걱 들고 공동선언문 발표
“설마하고 기다렸다가 배신감 들어 나섰다”
“경남꼴이 우습구나, 아이들아 미안하다”, “강남도 무상급식, 경남만 유상급식”, “의무교육, 의무급식”
양산시청 앞에 모인 학부모들의 외침이다.
무상급식 지원중단에 반대하는 양산지역 학부모 200여명이 지난 12일 양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급식은 교육입니다’는 내용이 담긴 양산지역 학부모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학부모들은 식판, 밥솥, 쌀포대, 주걱 등과 다양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시간여 동안 격앙된 시위를 펼쳤다.
모두 발언에 나선 박소연 학부모는 “우리는 정치인도 아니고 시민단체 회원도 아닌 양산지역의 평범한 학부모”라며 “오직 ‘무상급식 지키기’라는 구호 아래 자발적으로 SNS 밴드를 조직했으며, 4일 만에 1천300여명의 학부모들이 모여 한 공간에서 소통했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남초와 물금초 학부모가 나와 ‘양산시 36개 초등학교, 14개 중학교, 11개 고등학교 학부모’를 대표해 양산지역 학부모 공동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에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설마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막상 아이들이 개학하고 4월부터 무상급식이 전면 중단된다는 소리를 들으며 허탈함을 넘어 배신감마저 들었다”며 “양산시, 양산시의회, 양산시 국회의원, 경남도에 무상급식 촉구를 위한 양산 엄마들의 한 목소리를 이렇게라도 전하고 시민에게 알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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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지역 학부모 200여명이 양산시청 앞에 모여 무상급식 지원중단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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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학부모 등급 매기고 아이들을 차별로 멍들게 하는 ‘서민자녀지원조례안’을 중단하라 ▶학부모 공청회를 빠른 시일 내에 열어라 ▶양산시의회는 무상급식 촉구를 위해 적극 나서라 ▶윤영석 국회의원은 학부모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 중재에 나서라 ▶양산시는 추경예산에 예비비로 돌려놓은 예산을 무상급식비로 전면 전환하라 등 모두 5가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3분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다.
중부초 학부모라고 밝힌 한 학부모는 “빚이 많다던 성남시는 그 빚을 다 갚고도 무상급식을 하고 어린이축구단을 운영하고 저소득층 교복지원까지 한다”며 “과연 우리시가 돈이 없어서 무상급식을 중단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또 세 아이를 뒀다고 하는 석산초 학부모는 “경남도와 경남교육청 그리고 지자체 간 힘겨루기 싸움에 우리 아이들 권리가 없어졌다”며 “이제 ‘선생님, 집이 어려워서 무상급식 신청해야 합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