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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상 평산교회 담임목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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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따스한 봄날 성종은 후원을 거닐게 됐다. 몇 명의 내신과 후원의 문지기가 성종의 뒤를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따스한 햇볕이 비치는 정원은 봄에 핀 꽃향기로 가득했으며 봄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었다. 모처럼 기분이 좋아진 성종은 정원을 거닐며 나직한 목소리로 시 한 수를 읊었다.
“녹두 빛 비단 잘라 내어 봄 버들을 지었는가? 분홍 비단 마름질하여 봄의 꽃을 이뤘는가?” 그리고는 말없이 그의 뒤를 따르던 신하에게 말했다. "누구 내 시의 뒤를 이어받아 볼 사람 없는가?”
그때였다. 문지기가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이 답해 보겠노라고 했다. 성종이 흔쾌히 승낙하자 문지기는 이렇게 답했다. “만약 여러 공후들이 이 빛을 다툰다면, 봄빛은 일반 서민들 집에 이르지 못하리로다”
이 시는 아름다운 봄날의 전경에 권력과 부를 축적하기에만 급급한 중신을 빗댄 것이었다. 그의 답 시에 내신은 혹 임금의 심기를 건드려 화를 내면 어쩌나 조마조마해 했다. 그러나 성종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문지기에게 말했다.
“잊지 않겠네. 공후들이 이 봄빛을 가리지 않도록, 백성에게 따스한 빛이 골고루 닿을 수 있게 선정을 베풀도록 노력하겠네. 앞으로 마음이 흐트러지려 할 때마다 이 시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겠네”
빅토르 위고의 명작 ‘레미제라블’에는 주인공 두 사람이 등장한다. 한 사람은 선하게 살려고 애쓰는 장발장, 또 한 사람은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평생을 괴롭히는 형사 자베르다.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뒤 장발장을 추종하던 청년 대원은 눈엣가시 같던 형사 자베르를 잡아와 총살하려 했다. 그러나 장발장은 그를 풀어준다. 충격을 받은 자베르는 장발장을 향해 외친다. “당신이야말로 나를 가장 죽이고 싶을 텐데 왜 나를 살려줍니까?” 그러자 장발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이 세상에는 넓은 것이 많이 있소. 바다가 땅보다 더 넓고 하늘은 그보다 더 넓소. 그러나 하늘보다 더 넓은 것이 바로 용서라는 관대한 마음이오”
이해인의 ‘봄과 같은 사람’에는 ‘봄과 같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일 게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야 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게 하며 나아가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봄바람 같은 마음으로 겨우내 열어 붙었던 모질어진 가슴을 녹여 내리는 봄과 같은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