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세월과 함께 변하는 것..
오피니언

[희망웅상 행복한 세상] 세월과 함께 변하는 것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3/24 10:14 수정 2015.03.24 10:12
허명숙 희망웅상 홍보분과



 
↑↑ 허명숙
희망웅상 홍보분과
 
지난 2월 말, 아들과 딸은 학업을 위해 새롭게 생활할 곳으로 떠났다. 먼저 딸을 학교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먼 길을 남편과 둘이서 집으로 오게 됐다. 길 내내 섭섭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리고 다음 날 아들을 데려다주고 오는 길 또한 허전하고 섭섭했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도 그 허전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집안은 언제나 조용하고 보일러를 아무리 오래 틀어도 설렁했다. 아이들 온기가 없으니 따뜻해지지 않았다.

아이 둘이 떠나고 난 뒤에 꼭 아이가 방안에 있을 것만 같아서 가끔 방문을 열어보지만 어제와 똑같이 깔끔하게 정리된 침대와 책상, 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고 빈껍데기만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헝클어진 이불, 어질러진 책상. 현관에 가득 찬 신발들 아이들이 있을 때 그 어수선하고 꽉 차있던 그때가 그립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언제나 가족이 북적거리는 환경에서만 살았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아버지, 어머니, 큰오빠, 작은오빠가 있었다. 결혼 전 친정에서 사는 내내 우리집에는 최고 9명에서 최저 7명이 항상 부대끼며 살았다. 그러다 결혼을 했는데 시어머니와 함께 살게 됐고 머지않아 두 아이가 태어났다. 아들, 딸이 떠나기 전에는 한 번도 남편과 단둘이서 살아 본 적이 없다. 

막 결혼했을 때는 간절하게 남편과 단둘이서만 살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단둘이서만 살게 돼버렸다. 이젠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여럿이서 사는 것에 익숙해져서인지 예전에 그토록 간절하게 둘의 단출한 생활을 꿈꾸던 때가 왔는데도 즐겁지도, 신나지도 않다. 처음 맞이하는 단출함에 오히려 텅 비어 있는 마음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계속 떠나있는 자식만을 생각하며 살 수는 없다. 내 곁에는 남편이 있고, 남편 곁에는 내가 있다. 일주일 내내 둘이서 밥 먹고 둘이서 얘기하고 이젠 둘이서의 헐렁하고 느긋한 그 생활에 익숙해져야 한다.

처음 결혼해서 얼마간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치열하게 겪었고, 그 후로도 긴 세월을 끊임없이 서로에게 맞추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이제는 서로 모난 면이 다 깎여졌나 했는데…. 젊은 시절에 서로에게 원하는 것과 아이들이 떠난 중년인 지금 원하는 것이 달라서 또다시 맞춰야 하는 것들이 생겼다. 

대부분 중년 부부가 그러하듯 나와 남편도 다르지 않다. 나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남편은 집안에서 조용히 자신에게 집중해주길 원한다. 서로 원하는 것이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다르다고 생각만 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여태껏 잘 맞춰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예전처럼 조금씩 양보하고 안 되는 것은 빨리 포기하기도 하고 그리 살면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