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청결(淸潔)과 청렴(淸廉)..
오피니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청결(淸潔)과 청렴(淸廉)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5/03/31 10:00 수정 2015.03.31 09:57



 
↑↑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부산 서면 거리청소 파업
구청장 극약처방 안타깝다
청결과 청렴이라는 키워드로
강소국 싱가포르 일궈낸
리콴유 전 총리 서거 소식에
공직사회 청렴의 중요성 상기


몇 해 전 유럽 탐방길에 프랑스 파리에서 이틀을 묵었다. 세계 관광명소답게 아름다운 도시지만, 개선문을 중심으로 뻗어있는 샹젤리제 거리를 향해 가던 도중에 느낀 감상은 실로 의외였다. 파리가 자랑하는 거미줄 같은 지하철, 그 한 역사(驛舍) 위 지상에는 대형 환기구가 설치돼 있었는데 주변은 집시들의 야외숙영장으로 변해 있었다. 지하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공기가 난방 역할을 해 얇은 텐트 하나에 의지해 잠을 청하는 그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숙소가 됐으리라.

그러고 보니 주요 도로 곳곳에서 여기저기 흩어져 날리는 쓰레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최고급 명품 브랜드 본사 건물 앞 인도에 적선 깡통을 놓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랍계 여성을 본 것도 그때였다. 말하자면, 파리는 공공기관에 의해 거리 질서가 정화되지 않는 무질서의 도시였다.

안내를 맡은 현지 교포에게 물어봤더니 돌아온 답변은 더욱 황당했다. 파리 시장(市長)이 공공인력을 통한 거리 청소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버리는 오물만큼 그들은 깨끗한 파리 풍경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니 외래 관광객 거리 오염행위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이 간다. 파리시 정책을 옹호하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부산 서면은 광복동과 더불어 오래된 부산 유흥가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상가가 밀집돼 있어 종일 인파로 붐빈다. 각종 광고 전단과 쓰레기 홍수가 큰 문제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을 담당하는 부산진구청이 최근 3일간 청소 중지 결정을 내려 이슈가 됐다.

시민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홍보했는데 하루 쓰레기 처리량이 5톤에 달하는 이곳이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은 어렵지 않다. 파리시 극약 처방과 흡사 한데 과연 선진국의 벤치마킹이었을지는 알 수가 없다.

지난주 세상을 떠난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는 현지에서 국부(國父)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가난한 어촌 마을을 선진 강소국(强小國)으로 키운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검소, 무욕으로 솔선수범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중심가에 자리 잡은 그의 사저는 100년 전 지어진 집으로 리콴유 전 총리가 거주한 기간만 해도 75년이나 된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대로 둬도 얼마 가지 못하고 주저앉을 정도 고택을 자신이 죽으면 허물어버리라고 유언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제일 부국(富國)으로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지만, 그보다도 엄격한 공공질서의 나라로 더욱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의 3C로 알려진 것이 있다. 1959년 리콴유 총리 집권 후 강력한 개혁정책으로 채택한 것인데, 깨끗한 물(Clean Water), 깨끗한 거리(Clean Street), 깨끗한 정부(Clean Administration)를 말한다.

깨끗한 물과 거리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벌금과 태형(笞刑) 등 강력한 규제를 통해 완성됐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깨끗한 정부 즉 청렴한 공직사회 확립이다.

리콴유 전 총리는 공직사회가 청렴하지 않으면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철저한 반(反) 부패정책을 시행했다. 영국과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초창기부터 자신의 직속으로 부패행위조사국(CPIB)을 설치해 공직 부패 척결에 사활을 걸었다.

아시아 공직 청렴도 1위 국가는 위정자의 단호한 결의를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대가이다. ‘아시아의 히틀러’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불리기까지 하는 리콴유 전 총리, 개발독재 전형으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싱가포르의 번영을 이룬 공로로 그 멍에는 상쇄되고 남는다.

범죄심리학에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건물에 깨진 유리창 하나를 내버려두면 다른 유리창도 재미삼아 깨기 시작해 별다른 의식 없이 범죄가 확산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골목 어귀에 의도적으로 쓰레기를 몇 점 버려놓으면 얼마 가지 않아 그곳은 쓰레기 천지가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직자의 사소한 부정ㆍ부패 행위에 대해 관대한 처분이 계속되다 보면 공직 내부의 청렴 의지가 사라지게 되고 끝내는 국민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